박태운 발행인

겉으로 드러난 것만이 현상은 아니다. 마음속 깊은 생각도 하나의 현상이다. GM의 해법은 드러난 현상에 집착하면 필히 난망이다.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모든 가정들을 테이블에 올려 협상하되 상호 신의가 바탕에 서지 못하면 합의점은 2-3년을 지탱하기 어렵다. 한국GM 노조의 긍휼한 마음이 솔직하게 어필할 시점이다. 문제를 풀 해답의 주인공은 한국GM 노조뿐이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를 시발로 촉발된 GM의 한국에서의 철수를 위한 컨틴전시 플랜의 확고성은 과연 얼마나 준비되고 실행될까 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협상을 위한 줄다리기에서의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간 보기식 타진의 애드벌룬을 띄운 4월 20일까지의 법정관리 데드라인은 지켜질 것인가? 어쩌면 4월 말이든 5월 20일까지 기간이 미뤄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점은 “GM의 본심이 뭐냐?”다. 한국GM은 소형차 위주의 생산으로 유럽을 공략하면서 GM 본사가 어려웠을 때 구원투수 역할도 해냈다는 걸 잘 안다.
그러나 GM이 유럽에서 철수하고 소형차 판매가 불투명하고 한국시장 점유율도 10%에 지나지 않아, 철수하더라도 한국GM 판매망을 통해 미국산 수입차로 그 정도는 판매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을 수 있다.

이미 GM은 북미와 중국에 생산기지를 조성하고 세계 각지에 있던 공장들을 두 곳으로 집중시키는 전략을 구사하여 실행하고 있었고, 이제 한국에서의 철수도 하나의 전략적 수순일 수 있다.

그렇다면 GM이 한국에서 잔류할 명분들은 뭔가를 생각해보자.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대책은 돈만 들어가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정작 중요한 관건은 한국GM 회사 내의 문제다. 기업의 생명은 망하지 않고 영속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
한국GM은 공교롭게도 지난 5년간 대략 3조 원의 적자를 발생했다. 한마디로 망해가고 있는 회사다.

그동안 GM 본사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돈을 챙겨갔기 때문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적자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기업이 생존하는 조건들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출의 대종을 차지하는 인건비의 문제는 심각한 생존요건이다.

자동차 업계는 대부분 금속노조와 더 상위단체인 민주노총 소속이다. 강성노조연합체가 백그라운드이고, 상위단체들은 단위노조에서의 불리한 인건비와 복지협약이 자신들의 사업장으로 불똥이 튀길까를 염려하여 항상 단합된 연대를 자랑한다.
이러한 밀착관계는 사업장이 다 망해가도 벼랑 끝 전술로 버틸 수 있는 저력이다.
금년 들어 임단협을 위한 협상이 10여 차례 가까이 진행됐지만 별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러함에 기인한다.

정부는 한국GM이 신기술 전기차나 미래형 차를 한국에서 생산하여 오랫동안 한국에 머물 수 있는 보장이 되면 회생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GM 노조의 강성 기조를 안고 가기에는 GM도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최고 차업체인 현대자동차도 생산성이 60%도 안된다. 60명이 할 수 있는 일을 100명이 하고 있다는 얘기다. 40명의 인건비가 비효율적으로 집행되는 구조다.
현대차가 최근에 국내 생산시설을 확장한 곳이 있는가, 모두 해외에 생산기지를 새로이 만들었다. 그 이유가 시사하는 바는 더 설명이 필요 없다.

우리 사업체도 그러할진대 외국투자기업으로써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매년 임금과 복지 인상 투쟁의 기싸움을 하면서 한국에서 기업 할 기업이 있겠는가!
한국GM 문제는 근본적으로 회사 자체 내의 노사문화와 노조의 강경한  기조에 있다는 것을 노조 스스로 인정하고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한국GM의 새로운 출발로 볼 수 있다.
만약 현대차 기업이 중국의 강성노조에 못 배겨, 퇴출되듯 철수한다면 한국 정부는 어떠한 입장을 표명하겠는가!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GM을 언제든 미국으로 돌아오라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아마 비슷한 입장표명과 심정일 것이다. 한국GM이 강성노조와의 불가역적인 협상을 하지 않는 한, 한국GM이 당분간 정부지원 등에 의해 시간을 벌고 2-3년 더 버티다 철수할 것이 자명하다.

사업하기 더 좋은 환경을 좇아 떠날 것이다. 한국GM 노조원들은 1만 5천 명 본인의 문제들만이 아니라 “살려달라” 애원하는 협력업체 14만 명의 일자리와 가족의 목숨줄도 쥐고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한국경제 손실에 미치는 영향도 생산손실과 부가가치 손실이 연간 40조 원에 이른다. 한국GM이 떠난 군산, 부평, 창원의 시장경제 추락도 명약관화하다.

국내 자동차 업계 생태계의 지각변동의 위기도 예상된다. 이미 협력업체들의 도산이 시작됐다.
GM은 100년의 역사에서 90개 공장이 이런저런 이유로 폐쇄된 화려한 경력이 있다.
철수를 무기로 한국 정부와 노조에 협박한다고 생각지 말고 한국GM 노조는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검토하길 촉구한다.

한국GM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생하기 어렵다는 건 초등학생도 안다.
왜냐하면 세계 자동차 시장이 포화되었는데 누가 한국GM을 인수하겠나.
2016년 GM캐나다가 임금, 연금, 단체협약을 양보한 사례처럼 지금은 크게 양보할 차례다.
그래야 순조로운 한국GM의 역사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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