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5월부터 시작해서 햇수로 4년간 이어진 파독광부로서의 일상은 항상 탄가루와 전쟁하는 삶의 연속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어떤 길이 내가 꿈꾸고 가야할 길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별의별 생각 속에 앞길이 막막하게 다가온 적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 답을 어슴푸레하게나마 그리스신화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광부생활에 차츰 익숙해지고 요령이 생기자 주말을 이용해서 그리스, 이태리, 영국,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독일에 인접한 여러 국가를 여행하게 되었는데, 그 때 그리스신화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고, 많은 것을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송정림 작가는「신화에게 길을 묻다」라는 책을 통해“살다가 갈림길에 멈춰 섰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헤맬 때, 삶이 힘겨울 때, 많은 사람들은 신화를 들여다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 책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송 작가는 신화 속에서 인생의 모퉁이마다 숨어 있는 물음표들에 필요한 느낌표를 찾아 정리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50가지 인생의 지혜를 이야기하듯 들려주면서, 신화를 알면 조금이라도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있습니다.

신화 속에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날아가려다 추락하는 날개가 있고, 미덕이냐 쾌락이냐,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는 남자가 있으며, 미궁에 빠진 남자를 구하기 위해 모든 걸 버리는 여자도 있습니다. 사랑하고 질투하고 단결하고 때로는 상심하지만 그럼에도 결코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바로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입니다. 신화 속에서 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때로는 광기 어린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인간적인 희로애락은 현재를 사는 우리들에게 크고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시, 소설, 영화, 미술 작품 등의 모티브가 되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그 책을 다 읽고 나서 파독광부시절 처음 들었던 그리스신화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해소되었고, 보다 정확한 시대적 배경과 신화에 내재되어 있는 교훈을 일깨울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내 인생에 가장 큰 지혜를 안겨 준 신화는 피그말리온과 판도라에 관련된 것입니다.

첫째, 어떤 일을 간절하게 원하면 이뤄진다는 ‘피그말리온 효과’입니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조각가의 이름에서 유래합니다. 피그말리온은 외모콤플렉스에 가득 차있어서 주변 사람과의 관계보다 자신 속에 갇혀 살았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타고난 조각솜씨를 발휘하여 자신만이 사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조각하게 되었고, 늘 조각여인상과 대화를 나누다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피그말리온은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축제일에 여신에게 간절한 기도를 올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자기가 만든 조각상을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피그말리온의 기도와 정성에 감복한 아프로디테는 조각여인상에 생명을 불어넣어주었고, 피그말리온은 인간이 된 조각여인상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 신화의 주된 줄거리입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오늘날 특히 교육현장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잘한다, 잘한다’라고 칭찬을 해주면 해줄수록 용기를 얻어서 더 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인용되는 ‘피그말리온 효과’는 우리 모두에게 마음의 힘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사랑하고 믿어주면 기적을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 피그말리온의 진정한 소망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속담에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습니다.

둘째, 절대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아버렸다거나,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해버린 경우를 말하는 판도라의 상자에 얽힌 신화입니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인간에게 해가 되는 온갖 것들이 봉인되어 있는 항아리를 주면서 절대로 열어봐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판도라는 항아리 속에 있는 게 너무나 궁금해서 열어보고 싶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항아리를 열어보고 말았습니다. 항아리를 열자 항아리 속에 들어 있던 죽음과 병, 질투와 증오 등 수많은 해악이 한꺼번에 튀어나와 인간세상이 갑자기 험악해지고 말았습니다.
판도라는 당황한 나머지 황급히 뚜껑을 닫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런데 항아리 맨 밑에 있던 ‘희망’만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남아있었습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아무리 불행의 어둠이 계속되어도 햇살 비추는 날들이 꼭 찾아온다는 ‘희망’이었습니다. 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희망’은 그 누구도 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행복해지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바라며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상사람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소망이요 희망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 삶 전반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낙심하지 말고 마음의 기적을 이룬 피그말리온의 소망과 판도라 상자에 끝까지 남아있던 희망을 기억하며 ‘소망과 희망’의 삶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신광식 
김포대 총동문회장
전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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