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설계도면 3m이상 넓히고, 흄관 제거 퇴임 전에 해결 요구

▲ 김포시청 상황실에서 20일째 철야 농성중인 마조리 주민들

김포시청에서는 20일째 마조리 주민들이 밤샘 농성을 하고 있다. 10년 넘게 끌어온 마조리 주민들과 김포시청, 지장암의 갈등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유영록 시장은 6월 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주민들은 지장암이 6년째 불법점유하고 있는 공유수면을, 원래대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하천 복구를 요구하고 있다.

하성면 마조리는 벼농사를 비롯한 밭농사를 해서 살아가는 70~80대의 노령층이 대부분이다. 주민들이 농사를 지을 때, 맑고 풍족한 물을 공급해주던 하천은 목숨과도 같은 생명줄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지장암이 봉안당을 설치하고, 공유수면인 하천부지를 주차장으로 개조하여 사용중이다.

이에 김포신문에서는 6월 13일 새로운 김포시장이 선출되기 전에, 김포시의 관계자들을 만나보고 진행 상황과 대책에 대해서 들어보기로 했다. 이용훈 건설과장과 장영근 부시장과 유영록 시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8일 김포시청에서 마조리 청년회 임원진들과 장영근 부시장, 이용훈 건설과장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회의는 계속 이어지지 못하고, 시와 마조리 주민들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중간에 중단됐다. 부시장과 건설과장이 급하게 빠져나간 회의실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 관용차에 있는 유 시장과 대화를 요청하는 유윤선 청년회 위원장과 박태익씨

회의에 참석한 마조리의 유윤선 청년회 위원장과 8일 김포시청 근방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 방금 건널목에서 시장님을 만나고 왔는데 어떤 대화를 했나?

약속하고 횡단보도에서 만난 것은 아니고, 기자님과 인터뷰하는 중에 우연히 건널목을 건너는 시장님을 보게 됐다. 곧이어 관용차가 나왔고 시장한테 보자고 했더니 은행 가야 한다고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럼 우리 민원인은 뭐냐고 하니까 5시에 집무실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다.

-- 6월 13일 당선되는 새로운 시장에게 바라는 사항은?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기 전에, 주민과 시가 합의가 되어서 종결이 된다면 모르겠다. 그렇지 않다면, 저희는 농번기 중에도 철야 농성을 했는데 이제 급한 농번기도 끝났다.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는 날부터 대규모의 집회와 항의방문 시위, 김포시에서 철야 농성을 해서 저희 의견을 반드시 관철할 겁니다. 법적으로 보장된 행정 대집행을 집행하라고 할 겁니다.

-- 아직 임기가 남은 유영록 시장이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유영록 시장이 행정 권한이 없고 레임덕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미 유영록 시장이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서 직무 정지가 되어 있을 때, 시장 권한 대행 겸 장영근 부시장과 주무부서 팀장들과 협의가 이뤄진 사항들을 이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오히려 시장이 직무 정지를 풀고 복귀해서, 지장암 종교단체 사장과 5월 28일, 30일 2회에 걸친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5월 31일 주민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설계 방법을, 유영록 시장이 결정했다고 조금 전에 한 회의에서 이용훈 건설과장에게 들었다. 저희는 유 시장과 지장암 종교단체와 또 다른 컨넥션이 있지 않는가 하는 의혹과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겁니다.

-- 유 시장이 지장암에서 만났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고, 공식적으로 확인이 되는 사항인가?

그렇습니다. 5월 28일 월요일 유 시장은 현장을 방문하겠다는 이유로 관계 공무원들과 경찰관들을 대동해서 갔고, 30일 날 마찬가지로 김포시 공무원들과 현장을 방문한 사실을 저희가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은 백조검문소 출입 차량을 통해서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이후에도 유 위원장은 마조리 주민들이 그동안 김포시, 지장암과 주고받았던, 행정대집행 결정문, 공유수면 설계도면 등을 보여주며 설명을 했다.

▲ 6년째 불법점유중인 공유수면 하천 복구공사 설계도면

5시가 되어 다시 김포시청의 시장실로 이동했다. 5시에 약속한 시장님과의 만남을 위해, 비서실의 문을 열었지만 굳게 잠겨 있었다. 유 위원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줄 알았다고, 몇 번을 속았는지 모른다면서 쾅쾅 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자 시장실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비서실장은 연락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민원인과 1시간 전에 한 약속도 못 지키면서, 어떻게 김포시의 행정을 책임질 수 있냐고 격렬하게 항의하자 어렵게 시장과 전화 연결이 되었다. 유 위원장은 2시에 한 회의에서 건설과장이 제시한 일방적인 설계도면은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절충안을 제안했다.

현재 공유수면 부지에는 주민들이 트랙터를 13대를 가져다 놓고, 시에서 주민들과 반하는 공사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이에 건설과장은 공무집행 방해로 고소한다고 하고, 주민들은 하천 복구를 원래대로 해달라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공유수면 최대 넓이 7.6m, 최소 3.2m가 되어야 하는데, 서로 양보해서 7m까지는 요구하지 않을 테니 3m는 넘게 해주고 흄관을 제거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10년 넘게 이어온 민원을 임기 끝나기 전에 해결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고, 유영록 시장은 2~3일 안에 다시 만나서 결정하자고 검토의 뜻을 밝혔다.

▲ 비서실장이 유 위원장의 항의에 시장과의 통화를 연결해주고 있다.

유 위원장은 긴급하게 연결된 시장과의 전화 통화 후, 다시 있을 시와의 합의에 기대를 감추지 않는 기색이다. 복도에는 마조리 주민들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20일 동안의 철야 농성으로 피폐하고 지친 모습들이다. 상황실에서 철야 농성 중인 마조리에서 56년째 살고 있다는, 이금례(78세)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나이도 많으신데 농성까지 하시고, 어떤 부분이 가장 불편해서 나오셨어요?

예전에는 하천에서 목욕도 하고 빨래도 하고, 우물이 없어서 거기서 수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지장암이 들어오고부터 물도 별로 내려오지도 않고, 더러운 혼탁한 물도 많이 나오고. 농사짓는 사람이 그 물을 사용할 수가 없어. 수압이 안 좋아서 골짜기 내려오는 물을 이용해서 농사를 다 지었어. 그런데 지금은 그거를 못 하니까, 농사도 못 짓고 여러 가지로 불편해서, 더 잘해달라는 것도 없고 원래로만 해줘요. 그런데 시청에서 안 해줘. 옛날 그대로 복구만 해줘요. 해줄 듯 해줄 듯하면서, 미루고 하는 걸 반복해서 이게 너무 오래됐어.

--농사하는데 다른 곳에서 물을 끌어올 수는 없는 거예요?

없죠. 어쩔 수 없어서 지하수를 팠어요. 그 물로는 농사를 짓기가 어려워. 마을 있는 쪽에는 수로가 없어요. 거기는 벼농사 지역이고 밭에는 고추, 감자를 심어요. 가보면 알지만, 거기는 청정지역이에요. 우리가 다 나이가 먹은 70~80대 노인들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하루 이틀도 한 이십 일째 와있는 것 같아.

8일 2시부터 시작된 마조리 주민들과 김포시의 공유수면 하천 복구에 관한 의견차이는 시작부터 격렬한 대립을 보였다.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설계도면으로 공사를 강행하려는 김포시의 입장은 무엇인지 듣고 싶었으나 들을 수 없었다. 유 위원장은 아무도 주민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공무원들이 누구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정된 인터뷰 시간은 훌쩍 넘어갔지만, 유 위원장의 속이 타는 심정과 김포시청 상황실에서 퀭한 눈빛으로 밤샘 농성을 하는 분들을 두고,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시민과 언론을 향해 굳게 문을 걸어 잠그고, 소통을 거부하는 김포시의 행정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그 최소한의 노력은 선거철 유세용 행정이 아니라, 농사지을 물이 끊겨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주민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보여주는 실행하는 행정이 되어야 한다. 퇴임을 앞두고 있는 유영록 시장의 책임 있는 행보를 김포시민 전체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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