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말에 육주비전 상인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돈을 버는 것에는 운이 있어 아무리 노력해도 번번이 실패하는가 하면 우연히 크게 성공하는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인들은 토정 선생 같이 상업에 호의적이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분을 좋아합니다. 요즘 시중에서 「토정비결」이라는 책이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선생이 지은 「월영도」라는 책을 표절해 이리저리 꿰맞춘 것입니다만 몇백 년 동안 이 땅에 알려진 점책이 됩니다. 앞날을 미리 안다는 것은 가슴 뛰는 일입니다. 특히 상인들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세상이니 더욱 그렇지요.

“어느 젊은 소금장사가 있었습니다. 막 혼인해 꽃다운 아내를 집에 놔두고 소금짐을 지고 깊은 산골을 다니며 소금을 팔았습니다. 한 줌의 소금을 팔아서는 수수 한 말을 받으니 소금을 팔수록 짐은 더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소금을 다 팔고 그 대가로 받은 조와 수수, 보리 등을 지게에 잔뜩 지고는 서낭당으로 들어가 하룻밤을 자고 가려 했습니다. 그때 안에서 인기척이 났습니다.”

소금장수는 먼저 들어온 행인이 있구나 하고 들여다보는데 어두컴컴한 안에서 신음이 났습니다. 소금장수가 놀라서 급히 다가가니 자기 또래의 선비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까닭을 물으니 아래 동네가 소작지인데 소작료를 받으러 왔다가 시비가 붙어 매를 맞고 도망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선비의 말로는 지금 그들이 길목을 지키고 있으니 곤궁에 빠진 것을 본가에 알리면 후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비를 돕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봉변을 당한 선비를 빠져나가게 하려고 꾀를 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곡식을 근처 바위동굴 안에 숨겨놓고 부대 자루에 청년을 넣고 동네 사람들이 지키고 있는 길목으로 행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성품이 불량한 마을 사람들은 선비를 때려죽이려고 손에 몽둥이를 들고 행인들을 붙잡고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소금장수는 자주 본지라 낯이 익고 부대 자루에 청년을 숨기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동네 어귀에서 한참 떨어진 주막에 선비를 내려놓고 주모에게 부탁해 서울 본가에 알리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서낭당으로 돌아와 숨겨둔 곡식을 지게에 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신부와 함께 꿈같은 날을 보내고 다시 소금을 팔러 나서는데 서울에서 온 하인이 소금장수를 찾았습니다. 자신이 목숨을 구해준 젊은 선비가 보낸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소금장수는 하인을 따라 서울로 가게 되었습니다. 선비의 부친은 호조의 높은 관리로 으리으리한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점심상이 푸짐했습니다.

“배불리 먹고 잠시 졸던 소금장수의 꿈에 오래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나타나서 말했습니다. 나으리가 선물을 주겠다고 하면 어디 어디에 있는 강줄기를 달라고 해라!”

왜요? 하고 반문하다가 잠에서 깨났습니다. 이때 선비와 그의 부친이 외출했다 돌아와 그를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소작농들은 선비를 폭행했기에 처벌이 두려워 아예 죽여버리려 했다고 합니다. 그날 소금장수가 꾀를 내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선비는 꼼짝없이 목숨을 잃게 되었을 것입니다. 호조의 관리는 선물을 주고 싶은데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소금장수는 서슴지 않고 강줄기를 달라고 하자 관리는 의아해했습니다. 다시 쌀이냐, 금이냐를 물었지만, 소금장수는 어디 어디의 강줄기를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호조의 관리는 그까짓 거 어렵지 않다고 하고는 문서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두둑하니 여비와 함께 강문서를 갖고 돌아왔습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어마어마한 비가 쏟아져서 논밭이 홍수로 잠겼습니다. 다시 날씨가 좋아지자 소금장수는 문서를 들고 어디 어디에 있는 곳을 찾아가니 놀랍게도 논밭이 있던 곳은 강이 되었고 강줄기는 논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소금장수는 생명을 구해준 선행과 어머니의 도움으로 대지주가 되었던 것입니다. 다음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여러분도 혹시 곤경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십시오. 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최영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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