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장례

 

노연화


허무의 꽃이었다
가벼운 무게로 엉겨 붙는
홀씨의 군무였다
고요하고 고요하여 비장한
꽃잎 겹겹 날리는 동안은 영혼의 시간
문상객도 없는 몇 날의 장례
도린곁마다 가납사니 같은 바람만 붐볐다
사각거리는 오한이 발목을 붙잡았다
섣부른 위로는 넉장거리로 나자빠지기 쉬웠다
슬픔은 언 추억으로 쌓였다가 묻히고
아무도 울지 않아도 흉이 되지 않았다
죽음은 한갓진 평화였으므로 괜찮았다
그저 묵념으로 칩거하는 예를 갖추느라
그루잠에 뒤척이며 외출을 삼갔다
작별은 그렇게 환하게 하는 것이다
화톳불 타오르듯 한바탕 춤사위로
잊은 듯 스러지는 것이다

 

[프로필]
노연화 : 월간 문예사조 등단 (2000), 만해 백일장 장원, 목월 백일장 장원

[시감상]
첫눈이 폭설로 왔다. 천지가 하얗게 변하는 새벽은 조용했다. 세상의 소음을 다 먹어치운 눈이 적요를 선물했다, 눈이 많이 오는 해는 풍년이라는 말이 있었다.농사의 풍년도 좋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에 풍년이 들면 좋겠다. 눈이 내린 후를 눈의 장례로 표현한 시인의 눈이 따듯하다. 작별은 그렇게 환하게 하는 것이라는 본문이 요즘 사회의 이별법에 대한 경종 같다는 생각이 든다. 환하게 하는 법이라는 말이 귀를 맴돈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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