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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부리 영감의 김포이야기] 소매치기 판서 1 <143>

기사승인 2019.10.07  15: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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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라는 별명대로 동료 판서를 골리려다 된통 당한 것이지요. 조정에서는 불여우 판서 말고 또 한 명의 골칫거리 판서가 있었습니다. 이 분이 한번 다녀갔다 하면 소중한 물건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판서가 고가의 붓이나 중국에서 사온 명품 벼루를 보여 달라고 하면 무심코 내어 줍니다. 그러나 돌아갈 때 찾으면 어느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주인이 애타게 물건을 찾고 있으면 다음 날 하인을 시켜 편지 한 장과 훔쳐간 물건을 돌려보내고는 말합니다.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귀한 물건을 잘 보고 돌려보내네.”

다행히 물건을 돌려받았지만 잃어버린 당사자는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상대가 아랫사람이라면 혼쭐을 내겠는데 판서이니 어쩌지도 못합니다.

“판서가 이상해졌네. 사은사로 중국을 다녀오더니 도둑질을 하시는 거야.”

원래 판서는 점잖은 분으로 말도 행동도 정중했는데 하루아침에 소매치기 판서로 바뀐 것입니다. 친구들이 대처법을 의논했는데 귀한 물건을 꺼내 놓고 여럿이 보고 있으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사온 자그만 연적(硯滴)을 꺼내 놓고 소매치기 판서를 오게 했습니다. 붓과 종이를 펼치고 지은 시를 적는 모임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소매치기 판서는 흘끗 바라만 보았을 뿐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모임이 끝났습니다.

“오늘 좋은 모임이었소. 다음에도 또 초청해 주시오.”

소매치기 판서의 말에 좌중 사람들은 속으로 휴우~ 하고 안도했습니다. 역시 보는 눈이 여럿이니 훔쳐가지 못한 것입니다. 판서는 자신이 지은 글을 봉투에 넣고는 주인에게 밥풀을 달라고 했습니다. 주인이 주자 밥풀로 봉투를 붙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습니다.

“연적이 사라졌다!”

이게 웬일입니까. 소매치기 판서가 나가고 나서 살펴보니 연적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 아닙니까. 그 다음 날에 연적은 주인에게 돌아왔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어 민망했다는 글과 함께.

“맞아, 풀로 봉투를 붙이는 척하다가 연적을 소매 안에 넣은 거야.”

귀신같은 솜씨에 주인은 한탄했습니다. 그 뒤로도 판서의 절도 행각은 계속되었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일국의 판서가 소매치기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 사실은 마침내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임금은 소문이 사실인지 자신이 직접 시험하겠다고 판서를 불렀습니다.

“경의 놀라운 솜씨를 들었소. 여기에 금 조각이 여러 개 들어있으니 저녁까지 훔쳐 보시오.”

임금은 용상에 주머니를 매달아 놓고 소매치기는 판서를 바로 눈앞에 앉혔습니다. 임금은 용상에 앉아 판서가 손을 대는가를 감시하고 판서는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몇 번 식사 시간과 용변을 보러 가는 시간 외에는 꼼짝도 않았습니다. 마침내 저녁이 왔습니다.

“전하. 제가 졌습니다. 이제 정말 금이 있는지 주머니를 열어보아도 되겠습니까?”

이미 게임 끝이니 허락을 했습니다. 판서는 주머니를 열어 금 조각을 확인하고는 다시 용상에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판서가 절을 올리고 나가자 임금은 자신이 이겼다고 쾌재를 부르고는 주머니를 들고 왕비에게 갔습니다. 주머니를 흔들자 금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기 금이 그대로 있지 않소? 내 눈앞에서 꼼짝 못하더군.”

왕비가 주머니를 받아 열면서 소리쳤습니다.

“전하, 금이 아니라 은 조각입니다.”

이게 웬일입니까? 금 조각은 보이지 않고 토막 난 은수저의 조각이 들어 있었습니다.

최영찬 소설가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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