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멈의 말에 귀를 기울였지만 더 이상 알 수는 없었습니다. 어느 날 서당에 간다고 나가서 새벽에 돌아왔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말만 더듬게 되었다고 합니다. 할멈은 이가 다 빠진 입을 우물거리며 말했습니다.

“놀란 거유, 필시 무얼 보고 놀란 거유.”

할멈은 이렇게 말하고 거처로 돌아갔습니다. 지성안이 나직하게 말했습니다.

“저도 이 말은 오늘 처음 듣습니다. 세 분이 이곳에 온 것은 하늘이 우리 영감님의 오랜 병을 고쳐 주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지성안은 흥분된 어조로 말합니다. 나도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할멈의 말대로 놀란 것이라면 이틀 동안에 어디선가 이상한 것을 목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숨을 조절하고 있는데 야참을 다 먹은 노비들이 재담을 재촉합니다. 다음은 김유신 장군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김유신은 원래 가야의 왕손이었으나 신라와 병합된 뒤에 귀족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망국의 후손이라 신라의 귀족 중에 아랫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신은 가야의 왕손으로써 명예를 되찾기 위해 기회를 노렸습니다. 또래의 인물 중에서 장차 신라를 이끌어갈 사람이 누구인가 살피다가 마침내 신라의 왕손 김춘추를 알게 되어 접근했습니다. 춘추도 영리하고 리더십이 있는 김유신을 크게 될 인물로 파악하고 가깝게 지냈습니다. 김유신이 이끄는 낭도 중에 백석(白石)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신뢰를 얻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유신에게 말했습니다.

“신라가 고구려를 멸망시키려면 그쪽 정보를 알아야하니 한번 잠입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김유신이 칼과 창으로 싸우는 것보다 책략을 잘 쓰는지라 그 말을 듣기로 했습니다. 유신이 백석과 함께 고구려로 침투하기 위해 국경에 도착했을 때였습니다. 백석이 물을 뜨러 갔는데 세 명의 미녀가 나타나 백석은 고구려가 보낸 간첩으로 김유신을 죽이기 위해 유인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녀들은 인간이 아니라 나림, 혈례, 골화라는 이름의 신라 호국신이었습니다. 이에 김유신은 물을 가지고 온 백석을 붙잡아 결박하고 추궁했습니다. 그러자 백석은 자백했습니다. 고구려에 추남이라는 용한 점쟁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가 왕과 왕비의 은밀한 잠자리 이야기를 떠들고 다니는 바람에 붙잡혀 처형을 당하기 직전에 말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신라에 다시 태어나 고구려를 멸망시키겠다.”

하고는 목이 떨어졌습니다. 이것을 찝찝하게 생각한 고구려왕은 추남이 죽은 시점을 중심으로 해서 신라의 인재를 찾았습니다. 수십 년 만에 김유신을 추남의 환생으로 단정하고 백석을 파견했던 것입니다. 김유신은 백석을 처형했습니다.

“김유신은 적정을 염탐하는 재주가 뛰어나고 마음을 헤아리는 데 능했습니다.”

비담이 난을 일으켰을 때 별이 토벌군의 진지로 떨어졌습니다. 이에 군인들이 패할 것이라는 불길함에 떨었는데 다음 날 밤에 공중에서 별이 빛났습니다.

“우리 군에 떨어진 별이 다시 하늘로 돌아갔다~”

하고 소문을 퍼뜨리니 흉흉한 소문은 곧 사그라졌습니다. 사기가 충천해진 토벌군은 반란군을 싸워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떨어진 별이 승천했을까요?

“꾀가 많은 김유신은 연을 날렸던 것입니다. 연에 기름칠을 해서 불을 붙이고 하늘로 날려 마치 별이 하늘로 돌아간 것처럼 한 것입니다.”

김유신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죽은 뒤에 묘를 파는 자가 생길까봐 관 위에 돌을 쌓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이 죽은 뒤에 묘를 파는 자는 벼락을 쳐서 죽일 것이다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난이 벌어져도 감히 가까이 하지 못했습니다. 김유신은 김춘추가 고구려의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되었을 때 결사대를 만들어 풀려나게 했습니다.

최영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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