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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콩나물 뮤지컬 꿈의학교’

기사승인 2020.02.04  21: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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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창작부터 제작까지 학생들의 주도로 이뤄지며 눈에 띄는 결과물을 낳았던 김포 콩나물뮤지컬제작 꿈의학교가 5년간의 운영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우수 사례로 많은 관심을 받고, 뮤지컬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하나의 길이 되었다는 평을 들어왔으나 예산과 공간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5년간 답 찾지 못한 예산·공간 문제

지도교사였던 김아영 씨는 “학교를 운영하는 내내 한정적인 예산, 안정적인 공간의 부족 문제에 시달렸다”고 전했다.

가장 큰 문제였던 공간의 경우, 김 씨의 자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공실에서 연습을 해왔으나 작년 학교와 커뮤니케이션상의 오류가 생기면서 그조차도 여의치 않게 됐다. 무거운 세트를 지고 10번의 이사를 했다. 공간을 빌리기 어려운 예산이었으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고스란히 운영 주체의 몫이었다.

뮤지컬 제작이라는 컨텐츠의 특성상 연습 공간이 꼭 필요했고, 작품의 기획부터 구현까지 상당한 시간과 많은 인건비가 필요했다. 부족한 예산에 콩나물학교를 거친 대학생들이 교사로 일을 도왔다. 대학생들이 처음 만나는 사회인데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늘 괴로웠다고.

김 씨는 “제대로 된 고용이 불가능하고 자원봉사와 재능기부 형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장 큰 회의감으로 다가왔다.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며 “노동법을 말하고, 모두가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교육 현장에서부터 재능기부가 미덕임을 보여준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가”라고 전했다.

김 씨는 예산 분배에 있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똑같이 나누는 것, 형평성에 대한 기준에도 의문을 밝혔다. 뮤지컬을 만들기 위한 대관료, 장비에 이르기까지 들어가는 최소 금액이 적지 않고, 거의 매일 5시간에서 8시간을 연습해야 하는 특성이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며 콘텐츠에 대한 몰이해가 원인임을 주장했다.

 

각본부터 공연까지, 주체성 지킨 교육

뮤지컬은 일반적으로 1년간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거친 후 배우들과 함께 두세 달 연습을 한다. 퀄리티가 높은 공연을 몇 달 만에 만들어낸 것은, 특히 초보자에겐 괄목할 만한 성과다. 5년간 운영되며 5개의 창작물이 나왔고, 프로 배우가 참여해 <아재 꽃집>이 영화화되기도 했다. 이러한 성과로 3사 방송국에도 출연했고 모범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아이들이 대본을 쓰고, 의상을 고르고, 연출하고, 연기까지 하는 사례는 전국에 하나뿐이다.

꿈의 학교 5년, 마을학교까지 합하면 김 씨는 뮤지컬 교육을 7년 동안 이어왔다. 본래 프리랜서 작곡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이 만연한 가운데 아이들이 스스로 가치를 찾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공연 준비에 돌입하기 전, 콩나물뮤지컬학교에서는 ‘꽈당 콘서트’라는 것을 연다. 일종의 시뮬레이션인데, 각자 자유롭게 하고 싶은 역할을 맡는다. 자신의 재능과는 상관없이 하고 싶은 분야를 고르고, 욕심이 많으면 여러 개를 동시에 해도 된다. 실제로 그 위치에서 일을 하다보면, 학생들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실제는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한 부딪힘 속에서 자신이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지 찾게 된다.

김 씨는 “교육에 있어 실험을 하고 싶었다. 무엇이든 배우려면 본인이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교육 철학이다. 아이들은 꽈당콘서트에서 실제 작품을 올리기까지 끊임없이 스스로의 가치를 찾는다”며 “실패에 대해 너그러워지고 대화하고 타협하며 끊임없이 답을 찾는다. 이게 곧 어른이 되는 법이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분별한 다수결은 폭력이다. 조율을 가르치고 싶었다. 갈등이 생기면 우리는 자꾸만 싸우려고 드는데, 정답이 없다고 생각해야 조율이 가능하다. 스스로 이야기하고, 주장하고, 때론 지기도 해야 한다. 그 좋은 방법이 공공작업이고 작곡가로서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뮤지컬을 하게 됐다”며 교육 소신을 밝혔다.

실제로 김 씨는 아이들을 지켜봐 주는 역할을 했을 뿐, 의견을 내는 것도 아이들의 창의성과 주체적인 활동에 피해가 될까 최대한 삼갔다. 그래서 나온 결과물들은 아이들이 온전히 만들어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공연을 앞두고서야 전문 오퍼레이터가 초빙돼 조명 색, 번짐, 효과음 등을 아이들과 의논한다. 학생들은 오퍼레이터와 함께 요소요소를 의논하고 만들어가며 실제로 공연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전문적으로 배우게 된다.

 

창작플랫폼·스타트업 회사 운영

비록 꿈의학교로서는 걸음을 멈추게 됐지만, 김 씨는 창작플랫폼과 스타트업 회사를 중점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스타트업 ‘이미나무’는 콩나물 뮤지컬제작학교 졸업생들이 모여 7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회사다. 김 씨가 작곡가를 맡았으며, 학생들은 작가, 제작PD, 연출 등을 맡아 창작 활동에 돌입하고 있다. 현재 프로 공연보다는 워크숍 등을 통해 경험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연극제부터 도전해볼 계획이다. 회사명인 ‘이미나무’는 아이들이 이미 심어진 묘목임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사과가 유행이라고 아이들에게 사과가 되라고 하는 현실과 함께 아이들은 이미 정체성을 갖고 자라나는 하나의 나무라는 응원을 담았다.

창작플랫폼 작당은 부족하고 열악한 환경 속 연대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창작자, 개발자, 행위자를 아우른다. 무명 배우를 매니지먼트하고, 서로의 창작 활동에 집중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목표다. 돈 대신 품이 오가고 수익이 창출되면 정확히 나누는 형태다. 현재 영화, 단편소설집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한편 후원받은 건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본집 출판도 고려하고 있다. 학교에서 뮤지컬을 교육하고 싶어도 저작권 관계가 복잡하고 라이센스가 비싼 실정이기 때문에, 교재로 쓸 수 있도록 학교에 한 두 권씩 비치할 예정이다.

김 씨는 올해 김포아트홀 상주단체도 지원할 계획이다. 학생들의 뿌리가 김포이기에 김포에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김 씨는 “꿈의학교 제도 자체는 정말 좋다고 생각하고 응원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계시는 다른 꿈의학교 교사들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다. 우리의 컨텐츠가 제도 안에서 과부화됐던 거고, 자생력을 위해 잠시 나온 거다. 공간과 예산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 우리의 실적을 브리핑할 생각”이라며 “물론 김포에서의 꿈의학교도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꼭 꿈의학교가 아니더라도 시립 청소년 뮤지컬 구단 등 학생들이 스스로 창작하고, 전문가들이 개입하지 않는 지금의 형태로 자리잡고 싶다”며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하고, 그간 많이 도와주시고 마지막 공연을 1,000여 명 앞에서 할 수 있게 해주신 도교육청에 감사드린다. 잠시 멈추지만, 재정비해서 어떤 모습이 되었건 좋은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전했다.

한편, 그간 학생들의 활동 상황과 공연이 궁금한 이들은 유튜브 채널(콩나물뮤지컬제작 꿈의학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윤진 기자 gimpo12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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