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기 좋은 세상> - 구래동 다둥이 맘 이유진 氏

어떤 역경도 이길 수 있는 ‘아이들이 주는 행복’

출산 및 육아의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 필요

 

이유진 씨

코로나로 전 국민이 강제 칩거 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 각종 음식 휘저어 만들기와 SNS 챌린지 등의 온갖 혼자 놀기 방법들이 유행을 휩쓸고 있다. 다 큰 어른들마저도 무료함과 답답함에 지쳐가는 상황에서 에너지가 배로 넘쳐나는 아이들은 얼마나 심심하고 몸이 근질거릴지 가늠이 안 간다. 이맘때쯤이면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청량한 봄바람을 가르며 신나게 뛰놀아야 할 아이들이 잠정 휴교와 외출 자제로 인해 그 에너지를 분출하지 못한 체 진을 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아이들을 24시간 케어 하느라 부모들도 덩달아 힘든 상황일 것이다.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잠시나마 시원하게 바깥 공기를 쐬러 나온 가족들 사이에서 이유진 씨 가족을 만났다.

구래동에 사는 이유진 씨는 아이 네 명의 엄마다. 그녀의 옆에는 엄마를 도와 어른처럼 동생들을 챙기고 있는 첫째 예주(11)와 예주의 미니미 같은 의젓한 둘째 예인(10살), 유일한 남자 형제인 귀염둥이 셋째 예강(5), 그리고 아기띠에 매여서도 방실방실 웃고 있는 미소천사 막내 예나(2)가 있었다.

 

많이 낳을 계획은 있었지만 4명이 될 줄은 몰랐어요.

유진 씨 부부는 처음부터 4명의 아이를 낳을 계획은 아니었다고 한다.

“남편은 결혼 초부터 농담 삼아 10명을 낳자고 말해왔고 저도 3명 정도는 낳고 싶었어요. 제가 스무 살 중반쯤에 결혼을 했더라면 딸 둘, 아들 둘 정도는 낳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을 텐데 저는 그것보다는 조금 늦은 30대 초반에 결혼을 했어요. 게다가 결혼과 육아는 정말 ‘현실’이었기에 연년생 딸 둘을 낳은 뒤, 셋째를 낳고자 마음먹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첫째와 둘째를 키우면서 ‘성이 같은 형제자매는 서로에게 너무나도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는 것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결국 셋째까지 낳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둘째와 셋째 사이에 터울이 좀 있어요. 그리고 넷째는 생각지도 못한 하나님의 선물이었고요”

 

얼굴만 봐도 든든한 네 명의 아이들

이렇게 천사 같은 아이들이 네 명이나 있기에 어떤 점이 특별히 더 좋은지 물었다.

“저희는 말 그대로 ‘부자’에요. 어느 날 밤에 아이들 넷이 나란히 누워서 자고 있는 걸 보고 있는데, 마음에서 ‘우리는 부자구나’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정말 안 먹어도 배부르고 잠 안 자도 행복한 것이 뭔지 아이들 덕분에 느끼고 있습니다”

반대로 네 명을 키우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모든 아이들이 엄마의 충분한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데 제 몸은 하나고 아이는 넷이다 보니 아이들이 하는 말에 각각 다 귀 기울여 주지 못하는 게 제일 미안해요”

 

천사같은 네 아이들

 

4형제는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즐겁다.

2살부터 11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 네 명을 동시에 케어 해야 하는 만큼 당연히 힘든 부분들도 많지만 그만큼 울고 웃을 수 있는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고 한다.

“셋째, 넷째는 아직 완전 아기라서 그냥 함께 하는 매 순간이 재미있고 행복해요. 그리고 첫째, 둘째가 큰 언니들 노릇을 톡톡히 해요. 둘째 딸은 평상시에 사소한 심부름 등으로 저를 많이 도와주고, 큰 딸은 결정적으로 제가 꼭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굵직하게 많이 도움을 줘요. 예를 들어 아이 넷을 혼자 데리고 외출을 했는데 짐이 많잖아요. 그런데 그 무거운 짐들을 꼭 본인이 먼저 들어 주고... 그런 일들을 함께 해 줘요. 또 저나 신랑이 육아나 각종 노동으로 힘들고 피곤해 하면 저희를 돌아누우라고 하고 그 조그마한 손과 발로 야무지게 마사지를 해 주는데 정말 잘해요. 하루 피로가 다 날아갈 정도로요! 그리고 큰 딸이 또 그림 그리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 셋째, 넷째 동생을 캐릭터화 해서 게임도 만들고 인형놀이도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특해요. 둘째는 언제 한 번 학교에서 바자회를 했는데 거기에서 동생들 옷 선물까지 사 왔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 정도로 첫째 못지않게 항상 어린 동생들을 생각하고 살뜰히 챙겨요”

 

출산과 육아의 진정한 가치

다둥이 엄마로서 우리나라가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어떻게 바뀌길 기대하는지 물었다.

“저도 아이를 낳고 처음으로 엄마가 되고 보니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고 두려웠던 것 같아요. 거기에 맞벌이까지 하려니 양가 부모님들의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는 건 저에게 불가능한 일이었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자리에 올라있더라고요. 그래도 큰 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쯤, 감사하게도 다시 휴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어요. 그렇게 또 셋째를 낳고 다시 아이들과 함께하다보니 비로소 이 일이 얼마나 귀하고 가치 있고 행복한 일인지 알게 됐어요. 저의 경력단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너무 귀한 일이었고 거금의 돈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이란 걸요. 이렇게 제 가치관이 바뀌니 설거지나 빨래 등 집안일 하나하나, 아이 양육하는 모든 일 하나하나가 다 가치 있게 느껴지더라고요.”

 

믿음직한 출산, 육아 정책은 아직 없다.

‘엄마’라는 역할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인 만큼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엄마들의 고충을 돕고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유진 씨에게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던 정부 정책이나 지원이 있는지 물었다.

“사실 지금 아이 네 명을 키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출산, 육아 정책들의 효과가 체감이 될 정도로 크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진짜 ‘엄마’의 입장에서 봤을 때 그것들이 아주 도움이 안 된다기 보다는 정책을 믿고 아이를 더 낳을 수는 있을 만큼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 생각은 아이 낳기 좋은 사회가 되려면 자녀를 낳고 기르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확신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이러한 정신적 수용과 성장이 선행된 상태에서 지원정책이 뒷받침될 때야 비로소 출산율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니까요”

 

함께의 가치를 아는 따뜻한 사람들로 자라길

마지막으로 네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21세기 인재상은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와 자기주도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생각하고 나누고 부딪히고, 남의 의견도 지혜롭게 수렴하고 자신의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AI를 지배하는 창의적인 아이들, 함께의 가치를 아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어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의젓한 첫째, 둘째 언니들과 나머지 두 아기들을 챙기느라 인터뷰 내내 양 손을 한 시도 쉬지 못했던 이유진 씨의 얼굴에서 만큼은 아이들을 바라볼 때마다 진실된 행복의 빛이 보였다. 이 사랑스러운 가족들에게 언제나 지금처럼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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