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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혹부리영감의 김포이야기> 시어머니 길들이기

기사승인 2020.07.07  20: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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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찬 소설가

내가 오기 전 집안 사정을 알아보니 안주인은 십 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재담을 하기로 했습니다. 안 주인이 살아있으면 별로 좋아할 내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에, 어떤 부잣집에 드센 시어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찌나 성격이 과격한지 주인도, 아들도 손아귀에 쥐고 흔들었습니다. 집안의 남자도 이런데 남의 식구인 며느리야 오죽하겠습니까? 시어머니의 먹음직한 반찬에 식은 밥이지요.”

외아들이 열다섯에 혼인했는데 첫날부터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구박해 시름에 잠기게 하더니 결국 몇 해 살지 못하고 죽고 말았습니다. 부잣집 양반댁이니 시집올 여자는 많아 곧 새 장가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며느리 하는 일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결국 몇 해가 지나자 몸서리를 치며 집을 나가고 말았습니다. 아들은  계속 결혼에 실패하자 새 장가를 들려고 하지 않았으나 대를 이을 자식을 낳아야 한다고 우기고 강제로 결혼준비를 했습니다.

“이번에 들어오는 여자는 구박하지 마세요.”

아들은 생전 처음 어머니에게 항의해서 그러겠다고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그래서 매파를 통해 색시감을 구했습니다. 이미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구박해 얼마 못 산다는 말이 퍼진 터라 매파는 신붓감을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 간신히 입이라도 하나 던다는 가난한 집의 여자에게 새 장가를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며느리는 보따리를 싸서 친정으로 돌아간 뒤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들도 화가 나서 단식으로 저항했고 아내에게 꼼짝 못했던 남편도 야단을 쳤지만 돌아온 것은 다시 안 그러겠다는 맹세도 받아냈지만 믿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부잣집에서 아들을 홀아비로 살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매파를 불러 주선을 부탁했지만, 고개만 설레설레 흔들 뿐이었습니다. 그때 짠하고 한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가난 때문에 딸을 처분하는 것도 아니고 용모가 추해 데려갈 남자가 없는 처녀도 아니었습니다.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집안에서는 서둘러 혼인을 했습니다. 혼례를 치르기 전에 시어머니는 일가친척을 데리고 며느리감을 찾아와서 보니 얼굴도 얌전하고 태도도 공손해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혼례날이 왔습니다. 신부가 분 단장을 하고 방에 있을 때 시어머니가 혼자 들어왔습니다. 이때 신부가 참수리처럼 재빠른 동작으로 시어머니의 관자놀이를 쥐어박았습니다. 아얏! 뜻하지 않게 공격을 당한 시어머니는 뛰쳐나오며 소리쳤습니다.

“신부가 시어머니를 때렸다!”

하고 사방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습니다. 시어머니는 황당한 얼굴로 자신이 맞은 관자놀이를 보여주었지만, 흔적이 남을 리 없습니다. 시어머니가 씩씩거리며 사람들을 끌고 들어왔지만, 신부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있을 뿐입니다.

“에이, 왜 이러세요? 어떻게 신부가 때려요. 첫날부터 시어머니 위세 부리세요?”

일가친척들은 저마다 그러지 말라고 하고는 나갔습니다. 시어머니는 분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며느리가 밥하러 나오면서 시어머니와 마주치자 또 주먹을 쥐고 관자놀이를 때렸습니다. 어이쿠! 하며 뒤로 자빠지며 며느리가 시어머니 때렸다고 소리소리 질렀지만 본 사람이 없으니 며느리 트집 잡아서 쫓아내려 한다고 핀잔만 들었습니다. 며느리는 시아버지에게 공손했고 남편에게도 다정해서 두 남자는 시어머니의 하소연을 들른 척도 안 했습니다. 남들이 있는 앞에서는 시어머니에게도 아주 공손했지만 단둘이 있을 때면 관자놀이를 공격했습니다. 그 뒤로 슬슬 피하자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찾아와 마구 때렸습니다.

“아이구, 내가 잘못했다. 곳간 열쇠를 내줄 테니 제발 때리지나 말아라.”

이렇게 해서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집안 살림 모두를 맡겼습니다. 시어머니가 행패를 안 부리자 며느리도 공손하게 대해 마침내 집안에 평화가 돌아왔습니다.

김포신문 gimpo1234@naver.com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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