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공부에는 관심은 없었고,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대학이라는 단어와 공부, 내신 등 입시에 관련된 대화 주제가 나오면 은근슬쩍 자리를 피했다. 학교 수업은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에 맞추어 높은 수준으로 빠르게 진행되었기에 학원을 한 번도 다녀보지 않은 나는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다. 모의고사에서 수학 과목 9등급을 맞은 것이 재학하던 시기에 친구들에게 부끄럽지만 공부 관련으로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자랑 아닌 자랑이었다.

1년 동안 전교생 기숙사 학교에서 공부와 성적 위주로 돌아가는 학교생활과 제한적인 생활 패턴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좋은 입시 결과를 내야 하는 학교에서는 항시 학생들에게 압박을 주고 있었고 계속되는 성적 경쟁에서 항상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나는 어렵겠구나, 미래가 힘들겠구나.’ 하며 불안감에 시달렸다.

원래 사람을 좋아하여 웃음이 많고 수다스러운 성격이 사라질 정도로 극심한 우울감에 정신건강이 엉망진창이 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성적은 희망이 없어 보이고, 학비도 학비대로 지출이 많다 보니 부모님께 내가 큰 부담이 되겠구나 싶어 전학이라는 결정을 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결국에는 자퇴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학교를 뛰쳐나오고 며칠 동안은 해방감에 정말 세상이 전부 내 것 같았고, 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놀고 쉬며 나태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이 해방감도 얼마 가지 못했고, 저는 학교에 다니는 다른 또래 친구들을 보며 ‘나만 시간을 허비하고 있나? 나만 나태하게 살고 있는 건가?’ 하며 다시 불안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매일 우울감에 빠져 칩거하고 있던 중, 홈스쿨링의 경험이 있던 친구의 추천으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해보는 것이 낫다는 마음에 방문하여 등록하게 됐고 다양한 진로 체험 프로그램과 자체적으로 청소년이 운영하는 동아리, 학교 밖 청소년 자치위원회, 청소년의 자립을 위한 자격 취득 프로그램 등 많은 프로그램에 감사하게도 전액을 지원받아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 검정고시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에게는 센터가 큰 도움이 되었다.

센터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청소년을 위해 검정고시 학습반인 ‘희망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수업도 따라가지 못했는데 이곳의 수업도 따라가지 못할까 봐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수업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선생님께서도 청소년이 따라오는 것에 목표를 두고 수업을 진행하셔서 모르는 것도 눈치 보지 않고 바로 질문하며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면 선생님께 얘기하여 책과 인터넷강의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채울 수 있는 자기 주도 학습의 환경을 가질 수 있었다. 검정고시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는 선생님의 영혼이 갈아 넣어진 시험 대비 특강을 수강할 수 있었는데, 선생님의 노력이 빛을 발하여 도움이 많이 되었다.

작년과 올해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친구가 센터를 방문하지 못했지만, 센터 선생님께서 직접 발로 뛰어주신 덕분에 검정고시 희망교실, 수능 공부 특강, 대입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여 감염에 안심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1대1 멘토링 프로그램이었다. 검정고시나 수능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취미생활을 배우고 싶은 친구들을 위해 각종 분야의 멘토링을 신청할 수 있었다. 국어 수학 영어 같은 학습과목을 신청할 수 있었고, 여러 외국어나 기타, 바이올린 등 취미생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를 믿을 수 있는 멘토 선생님과 함께 공부할 수 있었다.

나는 중국어 멘토링을 신청하여 HSK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고, 수학을 정말 못하던 친구는 수학 멘토링을 신청하여 검정고시에서 수학 과목 100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었다.

따로 학원에 다니지 않고 학교 밖 청소년 센터의 지원과 프로그램만을 통하여 공부를 했었는데 선생님들의 노력과 응원 덕분인지 검정고시 평균 9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수능을 보지 않고 검정고시 성적만으로 수시 지원에 성공하여 정규학교에 다녔을 때는 꿈도 꾸지 못했던 대학에 최초 합격자가 되고 장학생으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비록 뜻하지 않게 자퇴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지만, 지금은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성공사례들을 보고 ‘에이, 저 사람은 성실하니까. 에이 저 사람은 애초에 공부를 잘했네.’ 하며 비교하고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기 일쑤다. 하지만 국어, 수학, 영어 등급을 합치면 15가 넘던 나도 해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자퇴를 한 친구들이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정말 크다.

나에게도 자퇴는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미래가 두렵고, 사회에 나 혼자가 덩그러니 튀어져 나온듯한 소외감에 혼자 우울해하기도 했었다. 나의 경험담이 불안하고 방향을 잡지 못하는 수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의 사기를 드높이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사실 친구들을 응원해주고 싶은데 그냥 조금 부끄러워서 긴 글로 두서없이 썼다. 우리는 뭐든 할 수 있다! 야 너도? 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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