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2일 - 지구의 날 : 
지구 환경 보호 약속을 위하여 지정한 날 ’ 4월 22일은 전 세계적으로 지구 환경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제정한 지구의 날입니다. 요즘 세계 곳곳에서 때 이른 폭설, 더위, 폭우 등의 기상 이변이 속출하면서 점점 지구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가 지구 환경에 밀접적(?) 영향이 있는 급식 또한 이를 가벼이 넘길 수 없어 ‘채식 식단’으로 구성된 식단과 지구의 날을 알리는 커다란 포스터를 식생활관 곳곳에 부착하고 배식 시에도 학생들에게 ‘먹을 만큼 배식 받아 남기지 말고 다 먹기’를 안내했습니다.

그럼에도 채식 식단이라 고기가 빠져서인가 평소보다 많은 잔반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지구에도 미안해서 영양관리실에 앉아서 나름 자책을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 이것은 참으로 영양(교)사를 울고 웃기며 자책하게 만드는 아주 풀기 어려운 숙제입니다. 

 교육청에서는 매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대책’을 공문으로 보내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라고 합니다. 시청에서도 따로 협조 공문을 보내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교육청과 시청에서 각각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조사합니다.

교육청은 작년에 비하여 양이 늘어났다면 사유를 작성하라고 합니다. 그나마 학생 수가 늘었으면 다행이지만 학생은 줄었거나 작년과 비슷한데 음식물 쓰레기 양이 늘었다면 이때는 혼자 반성문을 작성하는 기분이 듭니다. 

‘급식이 맛이 없었나? 학생들 입맛이 변했나? 조리사님이 바뀌셨는데 그 때문인가? 신규 조리실무사님이 발령 오셨는데 그것 때문인가?,  양념을 괜히 바꿨나?’ 혼자 내 탓도 했다가 남 탓도 했다가 하지만 상한 속은 달래지지 않습니다. 

 각 지역마다 교육청에 소속된 영양(교)사들은 연구회를 조직하여 업무에 관한 사항을 서로 연구하고 정보를 소통하고 있습니다. 그 연구회에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은 바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식단’ 연구입니다. 이를 위해서 조리방법, 식재료도 연구하고 식단도 서로 공유합니다. 이렇게 연구를 함에도 답정너입니다. 답은 정해져 있다는 거죠. 중 2가 된 필자의 조카가 이모의 직업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아니 알아서인지 제게 그럽니다. 

 “이모!! 왜 학교급식에 곤드레 밥을 넣는 거야?? 애들 겁나 싫어해!! 특히 수요일에 그거 나오면 정말 개 짜증 나!!!” - 요즘 애들은 개를 너무나 좋아하는지 뭘 말해도 개가 붙네요.
“곤드레가 얼마나 영양소가 많은데!! 특히 건조된 채소에는 영양소가 농축되어 있어서 적은 양으로도 그나마 너희에게 부족한 비타민과 무기질을 섭취할 수 있지. 그리고 쇠고기랑 같이 주잖아. 원래는 곤드레만으로 밥을 해서 먹는 거야!” 
“영양소가 아무리 많으면 뭐해!! 안 먹잖아. 다 버려. 그게 무슨 소용이야. 그냥 애들이 잘 먹는 걸로 해줘. 그걸로 영양소를 채우면 되잖아!!”
“너네가 좋아하는 것 중에 비타민과 무기질을 채울 만한 것이 없잖아. 너도 토마토 안 먹고, 채소 안 먹고 과일도 안 먹잖아. 그럼 비타민은 뭘로 채워.”
“아 몰라. 그냥 영양제 먹을게, 그냥 급식은 우리 좋아하는 걸로 해줘~~ 이모도 그렇게 해줘. 우리 학교 영양 선생님도 그랬으면 좋겠고!!”
고등학생 딸도 덧붙입니다.
“엄마, 그나마 학교에서 유일한 낙이 맛있는 급식이야. 정말 급식 맛없음 개짜증이고 학교 가기 싫어. 오늘 점심에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 나오면 얼마나 설레는데.” 
“그럼, 내가 물어볼게. 너네가 좋아하는 것이 뭐야?”
“알잖아. 치킨, 피자, 스파게티, 가끔 햄버거도 좋고. 난 샐러드는 좋아하는데 샐러드는 싫어하는 애들도 많으니 이건 무시해.”

 학교급식법 제3조 제1항에 학교급식은 전통 식생활을 계승, 발전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명시되어 있어서 교육청에서는 전통식단을 강조합니다. 게다가 제철 식재료를 많이 이용하라고 하네요. 학생들은 안 먹는다는데요? 피자, 스파게티, 햄버거가 좋다는데 말입니다.

그뿐인가요? 요즘 아이들의 당과 나트륨 섭취가 늘면서 건강적인 측면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므로 학교 급식에서 저 나트륨, 저 당 음식을 제공하랍니다. 그러면서 음식물 쓰레기도 같이 줄이라네요. 이런 모순된 상황에 담당자인 영양(교)사들은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밥, 국 전통음식을 학생들이 먹을 수 있게 맛있게 해주면 되지 않냐고 혹자는 얘기합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이란 대부분이 닭고기, 돼지고기 등으로 이뤄진 고기 음식입니다.

학교 급식은 학생의 발육과 건강에 필요한 영양을 충족할 수 있으며, 올바른 식생활습관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으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야 하며 식재료도 골고루 넣어야 하는 것입니다. 단백질 식품의 하나인 생선에 대하여 얘기를 해볼까요? 고기보다 콜레스테롤이 적고 소화 흡수도 높은 우수한 식품인 생선이 제공되는 날은 음식물 쓰레기가 더 늘어납니다. 

그나마 튀김으로 제공해 준다고 해도 닭고기인 줄 알고 받았다가 한입 먹고 실망하고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직행합니다. 필자가 있는 중학교는 학생들이 아예 급식을 먹으러 오지 않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럴 걸 대비하여 후식이라는고도 불리는 보조식이 나갑니다.

보조식은 말 그대로 밥, 국, 반찬만으로 영양소가 부족할 경우 제공하는 간식입니다만 요즘에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입니다. 보조식 때문에 급식을 먹으러 와서 말 그대로 보조식만 먹고 나머지는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가 돼버리는 상황이 왕왕 발생하니까요. 정말 딜레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교육청에서 이런 어려움을 알까요? 학부모들이 알아주실까요? 학생들이 알까요?

20여 년의 학교생활을 하며 음식물 쓰레기는 항상 어려운 숙제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점점 더 풀기 어려운 숙제가 될 듯합니다.  학생들의 입맛은 점점 서구화, 외식화가 되어가고 필자는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갈 수 있을지. 아니, 줄여지기나 할는지… 다음 달의 빈 식단 작성표를 보며 점점 한숨만 늘어갑니다.

그래도 우리 학교 급식짱이라고 엄지 치켜주고 가는 학생, 빈 식판을 놓고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고 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다시금 힘을 내보렵니다. 

변경난
신곡중 영양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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