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식

전 김포대 총동문회장

전 김포시의회 의장

전 경기도의원

2016년 10월, <김포신문>에 ‘할아버지의 손녀사랑’이라는 글을 통해 나의 두 손녀가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지, 나는 어떤 할아버지가 되고 싶은지를 밝힌 바 있다. 자신을 가치 있는 아이로, 자신의 의지대로 사는 아이로, 걱정에서 자유로운 아이로, 마음이 평화로운 아이로, 미지의 세계를 모험하는 아이로, 현재의 삶에 충실한 아이로,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로, 목적 있는 삶을 사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할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그 후 ‘노인이 참 좋은 스승이다’라는 글을 통해서는 조부모가 손자녀에게 친근한 정서에 바탕을 둔 인성교육을 행하는 격대(隔代)교육, 말 그대로 조손(祖孫)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성장과정에 있는 아이들은 게으름 바이러스나, 염려 바이러스, 분노 바이러스, 투덜이 바이러스 등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확산돼 교육여건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열심히 앞날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코로나로 인해 괴롭고 막막할 것이라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큰 손녀 효정이는 내가 <김포신문>에 발표하는 글을 읽고 매번 느낀 점을 보내오는데, 예를 들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인생의 주도권을 잡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침에 이불개기 같은 소소한 것을 실천 하겠다, 모든 것은 양면을 지니고 있는데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담은 독후감을 보내왔다. 손녀의 기특한 생각이 나를 기쁘게 했으며, 할아버지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나의 손녀를 포함해서 세상의 모든 손자녀들에게 앞으로 그들이 주인공으로 살아가야할 세상을 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실행해 나가면 좋을 것인지 몇 가지 당부하고자 글을 남긴다.

첫째, 수불석권(手不釋卷)이라는 네 글자를 아끼고 사랑하라고 말하고 싶다. 수불석권은 글자 그대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들의 생각의 저수지에 물을 채우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책읽기다. 공부는 책읽기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공부와 책읽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책을 잘 읽으면 읽을수록 공부를 잘할 확률이 높아진다. 책읽기는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이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습관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저절로 그 분야에 능통한 사람이 된다. 책은 기적을 가져온다. 열지 않는 서적은 한 뭉치의 종이에 불과하다. 그 대신 한권을 읽어도 이재풍 선생님께서 강조했듯이 정약용처럼 읽기를 바란다. 다산 정약용은 진짜 책 읽기를 위해서는 5가지 공부법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한다. 이 다섯 가지는 차곡차곡 쌓이는 것으로, 한 권의 책을 읽을 때는 다음의 5가지 활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① 박학(博學, 넓게 두루 읽기) ② 심문(審問, 세밀하게 질문하기) ③ 신사(愼思, 신중하게 생각하기) ④ 명변(明辯, 뚜렷하게 판별하기) ⑤ 독행(篤行, 성실히 실천하기). 정약용은 두루 읽지 않으면 편협하기 쉽고, 묻지 않으면 내가 뭘 모르는지 모르며, 생각하지 않으면 읽은 책과 내 삶을 연결시킬 수 없으며, 판별하지 않으면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으며, 실천하지 않으면 삶에 변화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읽기만 하고 그치는 독서가 아니라 모르는 것을 묻고 차분히 생각하고 밝게 판단하고 성실히 실천하는 ‘일권오행(一卷五行)’의 방법을 통해 독서를 완성시키고, 책을 내 삶 속에서 완벽히 되살리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둘째, ‘미래자서전’을 준비하기 바란다. 초중등시절은 자아를 발견하고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며 인생 전체의 항로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떠한 실행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대체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들에게 균형 잡힌 가치관을 심어주고 있는 임재성 선생님은 청소년들이 체계적이고 현실감 있게 자신의 미래를 꿈꾸고 설계하는 ‘미래자서전’을 작성해보기를 권하고 있다. 일반적인 자서전이 지금껏 살아온 삶을 정리하며 쓰는 글이라면, 미래자서전은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디자인하고 성공한 자신의 이야기를 상상하여 마치 영화나 소설처럼 생생하게 적는 글이다. 미래가 두려워 지금 이 순간의 꿈을 그리지 못하면, 미래는 정말 두려운 것이 되고 만다. 때문에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해야 한다. 꿈을 이룬 모습을 미래의 관점에서 과거를 회상하듯 적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발견하고 삶의 목표와 꿈을 찾아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도록 이끌어주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한 TV프로그램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람은 몇 살이 가장 좋은 나이일까?” 한 사내아이가 대답했다. “한 살입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안아주니 걸을 필요도 없고, 많은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니까요.” 다른 사내아이가 대답했다. “세 살입니다. 그때는 학교에 다닐 필요도 없고,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잖아요. 만날 놀 수도 있고요.” 한 소년이 말했다. “열여덟 살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차를 몰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요.” 한 어린 소녀가 대답했다. “열여섯 살입니다. 그때쯤이면 자기 맘대로 귀를 뚫을 수 있잖아요.” 한 남자가 대답했다. “스물다섯 살입니다. 가장 활력이 넘치는 시기죠.” 또 다른 누군가는 마흔 살이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생활과 정력이 가장 왕성할 때이기 때문이란다. 한 중년 여인은 쉰다섯 살이라고 대답했는데, 그때가 되면 자녀양육이라는 큰 짐을 덜고, 손자를 돌보며 말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란다. 마지막으로 한 노인이 말했다. “지금이 몇 살이든지 지금 그 나이가 가장 좋은 때랍니다. 자신의 현재 나이를 즐기세요.”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깨우칠 수 있는가? 좋은 나이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의 나이가 가장 좋은 때라는 사실이다. 현재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톨스토이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너와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로 이 세 가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그게 우리가 이 세상에 있는 이유일 것이다.

지금이 여러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임을 기억하라. 삶이라는 마라톤에는 결승점이 없다. 어디로 가야 옳은 길이라는 이정표 역시 없다. 아무리 가도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고, 한 발짝 앞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가보지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며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이제 내가 경험하고 싶고, 이루고 싶고, 해보고 싶고, 갖고 싶고, 체험하고 싶고, 남을 돕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며 나의 심장을 뛰게 하는 꿈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행동원칙을 정해보자.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미래의 자기모습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지금 이 순간을 알차게 보낸다면 여러분은 인생의 멋진 주인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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