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김포, 김포형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_2 도시재생사업, 무엇이 중요한가

도시가 성장하면 반드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낡은 도시를 모두 없애고 다시 짓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니라 느리지만 생활 터전과 공동체를 유지하며 활력 잃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재생’은 힘들지만 의미 있다. 도시재생 초기단계인 김포.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편집자 주>

<연재순서>

1. 김포 도시재생사업 현황 진단

2. 도시재생사업, 무엇이 중요한가?

3.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을 묻다

4. 사례에서 배우다① 주민 의지의 중요성

5. 사례에서 배우다② 주민협의체의 적극성

6. 사례에서 배우다③ 유관기관과의 협력

7. 사례에서 배우다④ 거버넌스의 힘

8. 사례에서 배우다⑤ 아이디어가 다한다

9. 사례에서 배우다⑥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사업

10. 사례에서 배우다⑦ 상권이 살아야 성공

11. 사례에서 배우다⑧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12. 주민, 행정, 전문가가 말하는 김포 도시재생 방향

 

 

▲권순형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

많은 사람들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실패했다 말한다. 5년 동안 5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데 도대체 달라지는 게 뭐냐는 것이다. 도시재생사업 전체를 벽에 그림 그리는 벽화사업이라 조롱하기까지 한다. 과연 그럴까?

 

전 경기도도시재생지원센터장인 권순형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는 “도시재생은 20~30년을 내다봐야 하는 사업이다. 5년 만에 성과가 뭐냐고 하면 답할 수 없다. 도시의 쇠퇴를 뒤집는 게 쉽지 않고, 성공의 지표를 무엇으로 할지도 어렵다”고 말한다. 더불어 “1년간 10조 투자에서 정부 지원은 1조 정도”라며 “재정 2조·주택도시기금 5조·공기업 사업비 3조로 구성된 재원에서 지자체와 정부가 각각 1조의 재정을 분담한다”고 설명한다.

 

뉴딜사업은 도시재생 본 사업의 ‘마중물사업’일뿐

권순형 이사는 또한 뉴딜사업은 도시재생사업의 ‘마중물사업’임을 강조한다. “도시재생은 시·군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시·군의 도시계획 속에서 도시재생 전략을 세우기 때문에 지자체 재원이 기본이다. 그런데 국비가 지원되니 모든 지자체가 그것에 올인해 뉴딜사업만으로 모든 걸 끝내려고 한다. ‘국비 주면 우리 사업을 더 잘하겠다’가 옳은 생각이다. 뉴딜사업은 본 사업을 위한 마중물사업에 불과하다. 4년 사업으로 도시재생을 끝내려는 건 넌센스다”라고 말한다.

 

현 정부가 100대 국정사업의 하나로 선정, 전폭적으로 재정을 지원함으로써 전국 모든 지자체가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향해 달려가게 했지만, 도시재생사업은 기존 도시정비사업의 한계 속에서 2010년 이후 다양하게 모색되어 온 사업이다.

 

2013년에 제정된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도시재생의 목적을 ‘도시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활력 회복을 위해 공공의 역할과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도시의 자생적 성장기반을 확충하고 경쟁력을 높여 지역 공동체를 회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주민참여·역량강화’에 방점

이를 근간으로 2017년부터 시작된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3대 추진전략을 세웠다. 노후 저층주거지를 정비해 도시공간을 혁신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과 도시 활력을 회복하고, 도시재생 경제조직과 민간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 지원, 도시재생 경제생태계를 활성화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며, 주민 역량강화와 참여기반 구축을 통해 ▲공동체 회복과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전방위적인 전략이 너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뉴딜사업은 ‘일자리 창출’과 ‘주민주도 및 역량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도시재생사업은 지역 공동체가 주도해 지역주민과 생활 터전이 활력을 되찾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주도와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며, 주민들의 도시재생 역량을 키우는 것이 그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정확한 지역문제 진단에서 창의적인 활성화계획 나와

권 이사는 도시재생사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지역문제 진단’을 꼽는다. 지역의 문제를 정확하게 알아야 그에 맞는 적합한 재생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적인 관점이 아니라 행정과 전문가, 주민이 함께 문제를 진단해야 한다. 주민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 자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느냐가 사업의 관건이 된다. 계획을 아무리 잘 세워도 주민이 참여하지 않으면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마을의 작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시재생”이라며 그래야 독창적인 활성화계획이 나온다고 말한다. “수많은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활성화계획안을 보면 그 안을 그대로 다른 지역에 대입해도 될 정도로 전형화되어 가고 있다. 분명 지역이 가진 문제는 저마다 다를 텐데 행정과 주민, 전문가의 고민이 용역사의 계획서에서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성과를 바로 보고 싶은 정책의 속성에서 비롯된, 길어야 4년이라는 사업기간의 시간적 제한에서 기인한다.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되기 전, 지역이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와 훈련으로 준비되어 있다면 모르나 그렇지 않은 경우 일정 시간 안에 지원받은 재원을 쓰려면 하드웨어 부분에 집중하게 된다. 결국 지역의 공동체 회복, 주민의 역량강화 등을 도모할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해 주차장 만들고, 벽화 그리고, 주민공동이용시설 하나 만들고 끝나버린다. 이후가 없다.

 

커뮤니티 기반 경제생태계 조성이 사업 성공 기준

권 이사는 도시재생사업의 최소 성공기준은 ‘주민들의 생활이 나아졌느냐’하는 경제적인 부분이라고 말한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년 전 부산 감천마을에 벽화마을이 조성됐다. 현재 이곳이 관광명소가 돼 부산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소개되고 있다. 관광객의 반이 외국인이다. 그런데 이곳은 도시재생사업 후 마을협동조합을 만들고 기념품 판매, 게스트하우스 운영 등으로 지역주민 50여 명을 고용하고 있다. 사업 후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사업 후 주민이 경제적 보상을 받고 지속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증거가 감천마을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아이디어 역량과 자발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도시가 어느 한순간에 쇠퇴되지 않듯이 누군가 한 사람에 의해 다시 살아나지도 않는다.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 속에 지역 자원을 활용한 사업이 진행되며 행정과 전문가의 협력이 더해질 때 진정한 도시재생이 이뤄지며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결국 뉴딜사업의 포인트는 ‘주민역량 키우기’다. 주민이 참여하고 역량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공동체 회복과 사회통합은 자연 따라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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