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우리동네 11 <읽을지도, 그러다 떠날지도>

지난달부터 서점 한가운데 전시된 책들을 여행 서적으로 채웠다. 세계일주를 비롯하여 덴마크, 인도, 일본, 멕시코, 핀란드, 스페인, 런던. 국내는 서울, 제주, 남해 등등. 책만 봐도 전 세계 곳곳을 누빌 수 있다.

 

그 책들 중 특별히 눈길을 끌었던 책이 ‘지리 덕후들의 입체적 문학여행’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읽을지도, 그러다 떠날지도(김경혜 외 3인/하모니북)’였다. 4명의 공동저자는 ‘읽을지도’라는 독서클럽을 함께하고 있는 듯하다.

 

문학을 읽으면서 배경이 되는 곳을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어릴 때 나는 <올훼스의 창>을 읽고 독일의 레겐스부르크를 가보고 싶어 했고 순정만화 <비운의 공녀 아도라>(미국 작가 버트리스 스몰의 ‘아도라’가 원작이라는 것을 조금 더 커서 알게 되었다)를 읽고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을 가보고 싶었다.

 

이 책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작품의 배경이 되는 통영, 광주, 원주, 인천, 서울 인사동, 아현동 등을 직접 여행하며 새롭게 해석한 한국문학 6권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물론 특히 지도가 많이 등장한다.

 

<김약국의 딸들>과 <운수 좋은 날>을 읽고 삶의 반경이 삶의 방향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하고 <소년이 온다>와 <차남들의 세계사>를 읽고 공포가 일상화되면 두려움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살피고 있다. 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과 <한국이 싫어서>를 읽고 프로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나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성찰하기도 한다.

 

만약 김약국의 딸들이 조금만 더 넓은 세상에 살았더라면 그들의 삶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 그러나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보는 것이 좋으니 무작정 떠나라고 등을 떠밀 수는 없다. 삶의 반경을 넓히겠다는 개인의 선택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무조건 더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p.66∼67)

 

그때 그 시절, 개개인이 저지른 평범한 악행은 역사적으로 큰 사건 못지않게 두려움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 또한 대부분 사람은 그들 모두가 일상 속에서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살아가고 있다. (p.136)

 

계나는 지구 반대편으로 떠났지만, 한국에는 더 많은 계나가 남아있다. 행복해지고 싶은데 대체 이놈의 행복이 뭔지, 어떻게 행복해져야 하는지 고민하는 수많은 청춘. 때때로 행복이 어떤 절대적인 목표 혹은 종교처럼 받아들여지는 건 좀 부담스럽지만, 어차피 살아야 한다면 행복한 삶이 낫다는 것은 틀림없다. (p.250)

 

김약국의 딸들이 살던 시대로부터 이제 훌쩍 한 세기가 지났다. 우리 주위엔 삶의 반경이 정말 글로벌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집과 일터 주변, 모든 것이 반경 1킬로도 안 되는 곳에서 매일매일을 보내는 나 같은 사람도 물론 있다. 한편으로 미디어와 인터넷, SNS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현대는 어떤 면에서는 삶의 반경이라는 경계 자체가 사라진 세상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여행과 독서가 우리의 삶의 반경을 넓힐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로 여행이 쉽지 않은 이때 책을 통해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지도를 더듬으며 떠나는 문학 여행! 알면 아는 만큼 모르면 모르는 대로 여행은 재밌다.

 

참고로 나는 어릴 때의 로망이었던 레겐스부르크와 콘스탄티노플을 아직도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공상 속에서-유리우스와 크라우스, 아도라와 뮤라드와 함께-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꿈의 도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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