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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회와 전문가가 협력해 상권 되살린 ‘수원 거북시장’

기사승인 2021.10.05  20: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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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취재/김포, 김포형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_10 사례에서 배우다⑦ 상권이 살아야 성공

도시가 성장하면 반드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낡은 도시를 모두 없애고 다시 짓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니라 느리지만 생활 터전과 공동체를 유지하며 활력 잃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재생’은 힘들지만 의미 있다. 도시재생 초기단계인 김포.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편집자 주>

 

1. 김포 도시재생사업 현황 진단

2. 도시재생사업, 무엇이 중요한가?

3.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을 묻다

4. 사례에서 배우다① 주민 의지의 중요성

5. 사례에서 배우다② 주민협의체의 적극성

6. 사례에서 배우다③ 유관기관과의 협력

7. 사례에서 배우다④ 거버넌스의 힘

8. 사례에서 배우다⑤ 아이디어가 다한다

9. 사례에서 배우다⑥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사업

10. 사례에서 배우다⑦ 상권이 살아야 성공

11. 사례에서 배우다⑧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12. 주민, 행정, 전문가가 말하는 김포 도시재생 방향

▲경관협정사업으로 깨끗하고 통일감 있게 정리된 거북시장 거리.
▲코로나19 이전 거북시장은 음식축제 등 열두 달 축제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도시재생 대상지의 인구감소와 주거지노후, 사업체감소는 그 어느 것이 먼저라고 할 수 없는 연관성을 갖고 있다. 낡고 살기 힘든 주거지를 떠나는 주민들이 많아지며 지역상권이 타격을 받아 사업체가 감소할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사업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상권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권활성화가 주거활성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사업의 모든 활성화계획은 경제활성화로 집약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아 숨 쉬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자생적인 경제생태계가 형성돼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활동이 일어나야 하기에 그렇다. 그래서 직접적인 상권활성화 사업 외에도 앵커시설 운영이나 문화·역사자원을 활용한 사업을 매개로 상권활성화를 꾀하게 된다.

 

코로나19가 2년째 이어지고 있는 현재, 아쉽게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상권활성화계획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역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시장과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의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계획된 사업을 시간 맞춰 운영하기가 여의치 않다.

 

전문가와 상인이 함께 논의하고 협의하며 활성화 방안 모색

이런 가운데 이미 오래전에 사업을 종료한 수원 ‘장안문 거북시장(느림보타운) 도시활력증진사업’에서 배울 점을 찾아보자. 2013년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기도 전인 2011년 국토해양부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으로 진행된 이 사업은 선정 이전부터 2년 여 동안 상인 스스로 전문가의 협력을 받아 쇠퇴한 시장을 재생하려 노력했고, 사업 선정 후는 물론 지금까지 상인회를 주축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사업의 시작은 2008년 한 모임에서 시작됐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당시 경관위원회)가 화성 답사를 왔다 일원 중 수원이 고향인 최호운 화성연구회 이사장의 안내로 거북시장의 한 식당을 찾게 됐다. 모처럼 간 곳인데 하루 3만 원도 팔지 못한다는 주인의 말이 증명하듯 시장은 초저녁에도 대부분 문을 닫는 등 활기를 잃고 쇠퇴한 모습이었다.

 

▲왼쪽이 정용진 거북시장상인회 회장, 오른쪽이 최호운 화성연구회 이사장

 

“누군가 농담으로 던진 말이지만 ‘도시계획 잘못해서 여기가 쇠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뼈아팠다. 문화재 경관을 연구하기 위해 왔다 그 자리에서 재래시장 활성화를 연구하자는 의견을 모았다. 2009년 연구과제를 변경해 ‘거북시장 활성화를 통한 문화재 주변 경관개선’을 연구 주제로 잡았다. 거북시장의 노후 건축물, 옥외광고물 난립 등이 역사 경관을 해치는 면이 있었다.”

 

당시 수원시청 도시계획 관련 공무원이기도 했던 그는 학회의 교수, 박사들과 함께 토요일마다 거북시장에 모여 거북시장 재생방법을 모색했다. 보수도 없이 개인 경비를 써 가며 상인회와 상인 한 명 한 명을 만나며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설득했다.

 

200년 전 정조의 화성 축성과 더불어 장안문 밖에 형성됐던 거북시장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북문종합터미널과 숙박시설, 각종 맛집이 운집해 번성하던 곳이었다. 이후 교통수단의 발달과 신도시 개발, 대형할인점 입지 등으로 상권이 옮겨가며 특성을 잃고 쇠퇴했다. 더욱이 이곳은 문화재보호 구역으로 각종 행위 규제를 받고 있다. 시장의 쇠퇴는 상권 악화뿐 아니라 주변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의 슬럼화도 가져왔다.

 

학회의 노력에 생존권 위기에 놓인 시장 상인들이 호응하며 상인 스스로 ‘번성했던 거북시장의 과거 영광을 되찾자’며 발 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2년에 걸쳐 학회와 상인들은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것은 물론 국내외 우수사례 벤치마킹(일본 요코하마도 방문), 환경개선 교육 등 100회가 넘는 공동체 회의, 4차에 걸친 집중검토 회의를 통해 거북시장 재생과제를 도출했다.

 

상인과 전문가가 함께 힘을 모아 답을 찾은 방안은 화성과 조화를 이루는 특화거리 조성, 시장시설 현대화, 지역문화재 복원 및 축제 개발 등 융복합 도시재생을 통해 재래시장 활성화 및 도시활력증진을 꾀하는 것이었다. 이를 국토부 사업에 공모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126억이 투입되는 사업에 선정됐다.

‘경관협정’으로 건축물 외관과 간판 등 통일된 시장 거리 조성

재래시장 활성화는 결국 많은 사람들을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거북시장은 시장을 찾는 주민들을 깨끗한 경관으로 맞이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불편함 없이 시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구매가 일어날 수 있게 하는 것에 집중했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사업은 ‘경관협정사업’과 ‘24시간 개방 화장실과 주차장 확보’, 그리고 열두 달 진행되는 ‘거북시장 축제’다.

 

‘거북시장 길 주변 경관협정’은 노후한 건축물과 길을 통일성 있게 개선하기 위해 디자인, 개선시기, 경관유지관리 등에 대해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기본원칙을 정한 것이다. 투표로 거북시장의 한쪽 길 250m와 도로 양변에 위치한 32동의 건축물을 대상으로 정했다. 이 협정은 협정체결 대상자 전원이 협의해야 시행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토지주를 비롯한 115명의 대상자가 단 3개월 만에 동의해 사업이 진행됐다.

▲정면간판뿐 아니라 앙증맞게 세로로 자리한 간판까지 모두 경관협정에 의해 통일감을 주었다.

“2년 동안 상인들과 학회가 진행한 연구와 교육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토대로 건축물의 외관은 물론 간판 디자인을 통일시켜 이후 입점하는 상인도 협정을 준수하도록 했다. 경관협정은 필요한 경관 항목을 상인들이 의논해 정한 공동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사업이 우수사례로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벤치마킹할 뿐 아니라 2015년 대한민국 경관대상 시가지경관 우수상을 수상했다.”

 

재래시장을 방문할 때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주차장과 화장실 문제다. 거북시장은 행정복지센터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207면의 주차장을 확보하고, 슬럼화됐던 옆 공간에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었다. 또한 경관협정사업이 진행된 거리 업소 32곳에 개방형 화장실을 운영해 방문객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전기지중화사업으로 어쩔 수 없이 가게 앞에 놓아야 하는 정리함 설치와 함께 상인들의 이해와 배려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행정복지센터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207면 주차장을 확보하고 옆 공간에 24시간 개방 화장실도 마련했다.

시장 안에 있는 공중화장실 위에 ‘똥카페’를 만들어 상인회에서 직접 운영하고 공중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하면서 그 앞을 무대로 꾸며 누구든 버스킹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 것도 눈길을 끈다. 이 공간은 지역작가의 전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공중화장실을 24시간 개방하고 그 위에 ‘똥카페’를 열어 상인회에서 직접 운영했다.

열두 달 축제 기획해 시장으로 사람들 발길 이끌어

축제만큼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좋은 이벤트가 또 있을까. 거북시장 상인회는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열두 달 축제를 기획했다. 1월 시장의 번영을 기원하는 ‘고유제’를 시작으로 2월 정월 대보름 축제, 3월 장승제, 4월 새숱막 거리 축제, 5월 연등제, 6월 영화 축제, 7월 거북축제, 8월 느림보타운 가요제, 9월 느림보타운 음식축제, 10월 영화동 당제, 11월 영화풍물 놀이 한마당, 12월 크리스마스 축제 등 끊이지 않고 행사가 이어졌다.

▲전국의 막걸리를 시음할 수 있는 새숱막 축제 막걸리 시연
▲음식문화축제 중 지역예술인의 공연, 주민들의 장기자랑도 이어졌다.

 

“길을 막아 차들이 지나지 않게 하고 진행되는 축제는 그야말로 사람들을 신명 나게 했다. 경험도 없고 공모사업 전이라 사업비도 없는 상황에서 소주박스를 엎어 무대를 만들고 가게마다 음식을 만들어 내놓았다. 우리가 뭉쳐서 축제를 만들고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다. 거북시장이 축제로 유명해지면서 타 지역에서도 방문하는 덕분에 코로나 이전까지 시장 분위기가 참 좋았다. 시장 주변도 깨끗해지고.”

 

정용진 장안문거북시장 상인회 회장은 코로나로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때 사업 성공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거북시장의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영환경 개선사업, 서비스 개선사업 등 다양한 공모사업에 응모해 24개 점포가 내부시설을 바꾸는 등 지금도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 태권도 시연 등 시장 축제에 어린이들도 참여했다.
▲여름에는 거북시장 길에 에어풀장을 설치해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제공했다.

 

거북시장의 사례는 상권활성화 당사자인 상인의 적극성이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총 400여 점포 중 115점포가 상인회에 참여하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교육의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협력하는 과정 속에서 성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사업 선정 이후 사업비와 이해관계 등 갈등의 여지가 없지 않았음에도 2년 동안 진행된 논의와 협의의 시간이 있었기에 양보와 협력이 가능했을 터다.

 

그리고 거북시장에서 두드러지는 중요한 요소 한 가지. 전문 어드바이저의 존재와 역할이다. 무보수에도 도시재생의 방향을 제시하고 더러 쓴소리까지 아끼지 않는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전문가의 애정 어린 참여가 있었기에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다.

 

김정아 기자 gimpo1234@naver.com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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