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김포, 김포형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_12 주민·행정·전문가가 말하는 김포 도시재생 방향

도시가 성장하면 반드시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낡은 도시를 모두 없애고 다시 짓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니라 느리지만 생활 터전과 공동체를 유지하며 활력 잃은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는 ‘재생’은 힘들지만 의미 있다. 도시재생 초기단계인 김포. 어떤 길을 걸어야 할까. <편집자 주>

 

1. 김포 도시재생사업 현황 진단

2. 도시재생사업, 무엇이 중요한가?

3.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을 묻다

4. 사례에서 배우다① 주민 의지의 중요성

5. 사례에서 배우다② 주민협의체의 적극성

6. 사례에서 배우다③ 유관기관과의 협력

7. 사례에서 배우다④ 거버넌스의 힘

8. 사례에서 배우다⑤ 아이디어가 다한다

9. 사례에서 배우다⑥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사업

10. 사례에서 배우다⑦ 상권이 살아야 성공

11. 사례에서 배우다⑧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12. 주민·행정·전문가가 말하는 김포 도시재생 방향

 

석 달에 걸쳐 연재된 도시재생 기획취재의 마지막 순서는 김포 도시재생의 방향이다. 현재 김포는 상반기 양촌 도시재생 활성화계획이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실패한 이후 내년 사업 공모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거점시설의 부지가 확보되지 않아 고배를 마셨던 바, 부지 매입을 위한 행정절차를 계획하고 있다. 시는 내년 상반기 거점시설 도시계획시설결정 및 실시계획인가를 진행하고 설계와 보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포 도시재생전략계획에 의해 지정된 다른 도시재생 지역인 통진 또한 도시재생사업 공모를 위한 활성화계획을 준비한다. 도시관리과 내년 예산에 통진 도시재생활성화 용역비가 책정되어 있다. 통진은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으로 선정되기 위해 거쳐야 할 예비사업에도 도전, 지난 13일 국토교통부에 ‘통진 도시재생 예비사업’을 신청했다. 현재 통진에서 진행되고 있는 ‘희망상권프로젝트’와 연계된 통진상권 활성화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양촌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 예비사업은 상반기 코로나19로 교육만 이어가다 최근 청암상가 환경정화 활동과 분리수거함 제작·설치 등 주민이 참여하는 예비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면 더욱 본격적인 활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민이 직접 그리는 벽화작업, 도로공사, 양곡5일장과 연계된 플리마켓과 다문화음식 행사 등이 계획되어 있다.

주민과 상인들의 활발한 참여가 보여주듯 양촌지역 주민들의 도시재생에 대한 열망은 크다. 하지만 주변에 대형 오피스텔 8동이 지어지고 있는 등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고층 빌딩으로 내년 활성화계획 공모 때 쇠퇴도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올해는 2018년의 지표를 이용했지만 내년엔 2020년의 지표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재생만이 아니라 공동체 회복을 전제로 하는 도시재생은 개발만이 답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있다. 현재 양촌과 통진이 그 대상이지만 도시가 나이 들어가면서 앞으로 김포 다른 곳도 대상지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김포의 도시재생은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할까. 시의원, 행정, 전문가, 주민이 생각하는 방향과 바람을 들어본다.

 

▲최명진 김포시의회 의원

최명진 김포시의회 의원

“사람중심·공동체중심으로 도시재생 진행돼야”

고양시 의회를 방문하다 우연히 고양시 도시재생사업 관련 조직도를 보게 됐다. 많은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인지 방대한 조직에 놀랐지만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고양시 도시관리공사에 소속되어 있음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도시재생에 관심 갖고 집행부에 많은 요구를 하고 있는 윤용석 의원과 나눈 대화에서 결론은, 도시재생사업은 눈에 띄게 성과를 낼 수는 없지만 이제는 지역에서 멈출 수 없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김포의 도시재생사업 현황은 어떤가. 지난번 뉴딜 공모사업에 실패했다. 당연하다. 제대로 준비 안 된 상황에서 정부 지원은 지역에서 독이 될 수 있다. 이것을 정부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역에서 사업할 준비는 되었는지, 정부자금을 제대로 운용할 능력은 있는지, 지역주민 사이 공동체의식은 탄탄한지, 다양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도시재생 지역마다 겪은 모든 시행착오에서 나온 경험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기에 김포가 다음 뉴딜사업 선정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김포 도시재생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김포만의 특색을 반영한 김포형 도시재생을 만들어야 한다. 김포형 도시재생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지역주민의 전문성 부족을 채워줄 역량 있는 전문가의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둘째, 사람중심, 공동체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경험이 축적되어야 큰 사업을 할 수 있다. 작은 마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시작하다 보면 마을 전체에 변화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거점공간을 만들고 마을을 관리할 주민의 역량을 키워간다면 빠른 성과중심이 아닌 슬로우쿠커 방식의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 될 것이다.

셋째, 도시재생을 도시개발의 한 축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도시개발은 지역공동체를 붕괴시키지만 도시재생은 오히려 지역 공동체를 탄탄하게 해준다. 마을 공동체는 결국 김포의 정체성의 기틀이 된다. 김포의 정체성을 위해서도 도시재생은 반드시 필요하다.

 

▲최태수 김포시 도시재생팀장

최태수 김포시 도시관리과 도시재생팀장

“저층주거지는 주택정비선도사업 고려할 여지 있어”

도시재생사업은 ‘주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명제를 떠나 생각할 수 없다. 공모의 당락도 주민주도에 있다. 행정이나 전문가는 언제든 바뀔 수 있기에 지역에 터전을 잡은 주민들만이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내년 공모 시 양촌지역 쇠퇴도가 기준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사업의 범위를 줄여서 가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 갈등 요소가 될 수 있기에 쉽게 결정할 수는 없다. 또한 저층주거지의 경우 도시재생 방법 중 하나인 소규모 주거재생혁신지구나 주택정비선도사업을 적용해볼 만하다. 이곳은 자동차 한 대 들어가지 못하는 열악한 주거환경이라 쇠퇴했다기보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은 낙후된 곳이라 생각한다.

기존 활성화계획을 일부 변경해 1만5,000㎡ 소규모만 주민동의를 얻어 LH주택공사 주도로 사업을 진행, 저층형 빌라를 짓는 것이다. 이는 공공개발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원주민을 재정착시킬 수 있어 개발이 가져오는 폐해를 피할 수 있다. 현재 LH주택공사와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 사이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어 주민동의와 의견을 모으는 것이 먼저다.

결국 김포의 도시재생은 낙후된 도시를 개선해 정주환경을 개선시키고, 무너진 상권의 활성화, 노후된 주거지 정비를 통해 인구가 감소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본다. 김포가 전반적으로 아직 젊은 도시지만 1990년대 지어진 공동주택의 경우 쇠퇴로 접어들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접근도 준비해야 한다. 북변, 사우가 도시재생의 다음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공공시설이 부족한 이곳의 공동주택 1층을 매입해 작은도서관, 어린이집, 돌봄센터, 노인복지관 등을 넣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구준회 김포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구준회 김포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

“재미있고 아기자기하게... 급격한 개발로 상처 난 곳 아물게”

김포는 급격히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곳곳에 상처 난 곳이 있다. 이 상처 난 곳을 치료해 주는 것이 김포형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치유과정이 재미있고 의미 있으며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치유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현재 통진과 양촌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가 진행되고 있지만 뉴딜사업만이 도시재생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시는 탄생과 함께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 만큼 지역적으로 쇠퇴에 접어든 곳이 있다. 지원센터는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을 통해 그런 지역적인 도시재생도 도모하고 있다.

올해 김포 전역을 대상으로 공모사업을 펼쳐 ‘운양동카페거리’ 등 7개 주민공모사업이 선정돼 진행되고 있다. 사업비는 크지 않지만 주민들이 함께 힘을 모아 스스로 도시재생의 길을 모색하는 것은 무엇보다 의미가 크다.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 무언가 이뤄내는 작은 경험이 소중하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중간조직으로서 주민과의 접촉을 최대한 늘리며 주민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도시재생대학 운영으로 활동가 양성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도시재생은 결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참여하는 사업이니 만큼 주민의 역량강화가 가장 중요하다. 지역의 문제를 찾아 재생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기획서 작성 등의 구체적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졸업생들이 현재 컨설턴트로 도시재생대학에서 활동하고 있고 내년에 서포터즈 방식으로 활동가의 성장을 도울 예정이다.

도시재생은 다양한 방면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다. 도시재생사업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느냐, 즐겁게 하느냐가 사실 성공을 가늠하게도 되는 핵심 요소다. 주민들이 김포의 상처난 곳을 조금씩 아기자기하게, 즐겁고 행복하게 메워나가며 누구나 추구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신남철 양촌읍 도시재생주민협의체 회장

신남철 양촌읍 도시재생주민협의체 회장

“양곡 지킨 주민에게 공공 혜택 돌아가게 해야”

올해 뉴딜사업에서 탈락해 아쉽기는 하지만 예비사업을 진행하며 주민들이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환경정화 활동에도 주민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고 앞으로 진행될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자칫 주민들이 도시재생사업을 내 집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생각을 하기 쉽다. 큰 그림을 그리고 향후 20~30년 앞을 바라보는 사업이 되어야 하기에 전체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작업에 주민들의 동의와 참여가 필요하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시장과 상권을 중심으로 상권이 활성화되고 오랫동안 이곳을 지킨 주민들이 공공시설의 혜택을 누렸으면 한다. 예전부터 양곡에 살고있는 사람들은 옛날 번성했던 이곳에 대한 추억이 많다. 김포에 신도시가 생기고 이곳 주변에 버스정류장, 마트도 생기고 아파트와 높은 빌딩이 들어섰지만 오랫동안 여기서 살아온 주민들에겐 이렇다 할 혜택이 없다. 오랫동안 이곳을 지킨 연세 많은 분들을 위해 노인복지관, 돌봄센터 등 공공시설이 확충됐으면 한다.

상대적으로 쇠퇴해가는 시장과 상가를 위해서는 공중화장실과 주차장이 들어서 주변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방문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40년이 넘은 상가 건물이 있을 정도인 이곳은 그대로 방치하면 더욱 쇠퇴해 슬럼화가 진행될 수 있다.

양곡시장상인회, 오라니장터상인회, 청암상가상인회 등 상인들이 모임을 형성하고 상권을 살리기 위해 교육과 활동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곳이 도시재생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면 주변 아파트 주민과 서로 소통하며 지난날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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