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김포중앙교회 원로목사

25살에 출가하여 서울에서 공부하고 서울과 부천시, 고양시 등에서 목회를 하다가 45세에 김포읍에서 24년간 목회를 했지만 고향 친구들의 모임에 어쩌다 참석할 때가 있었으나 목회에 열중하다 보니 깊은 관심을 갖고 참석하지 못했으니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었다. 그러던 중 70세에 은퇴를 하고 통진 고향 동네로 이사를 오니 각종 모임에 참석하면서 교제를 하게 되었으니 감사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도 있어 우리 나이가 벌써 그렇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각종 모임의 연말 총회를 하게 되면 서로 임원을 피하려고 한다. 나이가 들어서 복잡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서로 책임을 맡으려고 하지 않고 미룬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맡겨 주는 대로 감당하고 있으니 서암초교 7회 동기회, 통진중·고등학교 5, 6회 동기회, 대서명동 고향친구들 모임 등의 회장과 총무를 맡아 살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동네(서암 2.11.12리) 마을 회관에 나가면 낯 모르는 몇몇 사람도 있지만 거의가 어린 시절 같이 자란 선후배들의 모임이다. 그곳에 나가서 마을 소식을 듣고 교제를 하며 시간을 보낼 때가 있는데 그러던 중 경로당 회장을 하던 친구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됨으로 갑자기 회장을 세우게 되니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회장직을 맡아 수고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일을 맡을 수 없다고 생각되어 극구 사양했다. 그동안 교회에서 청장년을 비롯한 1,000여 명 성도들의 당회장을 지냈고 400여 명이 모이는 노인대학 학장을 지내고 은퇴한 목사가 나의 신앙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마을 경로당 회장을 한다는 것이 내 마음에 허락되지가 않았다. 그래서 사양하였으나 온 회원들이 부탁을 하고 있으니 혼자서 얼마 동안 기도하던 중 마음으로 결정했다. ‘내가 신학공부를 하러 고향을 떠나기 전에 나의 비전은 내 고향 내 마을의 농촌지도자가 되는 것이었는데 하나님의 특별하신 부르심에 의해 고향을 떠나 신학을 하고 목사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마치고 이제 여생을 고향에 돌아와 지내게 되었으니 나의 첫 꿈을 이렇게라도 이루는 것이 결코 이상할 것이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서암2리 경로당 회장을 맡아 감당하게 되었다.

사실 회원들 간에는 그동안 지나온 몇몇 회장들에 대한 불평불만이 많았다. 이런 일은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불평불만을 들을 수 있는 직책이다. 그래서 회장을 맡은 후로 전임 회장들을 만나 지난날의 이야기도 듣고 회원들의 분분한 의견들을 들었다. 그리고 통진읍 분회 사무실에 나가 다른 경로당에서는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등의 소식을 듣기도 하며 분회장께 ‘경로당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까?’ 하고 물었더니 ‘특별히 잘 하려고 하지 말고 회원들 서로 간에 즐겁게 지내도록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신다. 나는 경로당 생활을 2, 3년 정도밖에 하지 않았으니 몹시 조심스럽게 모든 일에 임했다.

분회장의 말을 참고하며 우선 회관 건물이 오래되어 낡았으니 리모델링을 해야 되겠기에 이장과 의논하여 시의 도움을 받아 대대적인 손을 보았으니 도배, 장판을 새로 하고 밖에 있는 화장실이 겨울이면 동파에 위험이 있어 난로를 피워야 했기에 여성 화장실은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문을 안으로 새로 내고 남성 화장실은 보이러실 쪽으로 하여 이젠 겨울에 난로를 피울 필요가 없도록 했다. 건물 외부는 도색을 하여 건물이 깨끗해졌다.

그리고 남자들 방에 쇼파가 몇 개 있는데 낡아서 사용하기가 불편한데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잘 아는 독지가에게 전화를 하였더니 한마디에 대답하여 쇼파 두 개를 수선하여 실내가 깨끗해졌고 여성들 방에도 대개의 노인들이 바닥에 앉아 놀기도 하고 눕기도 하지만 집에서 쇼파에 앉거나 누워 지내던 분들 중에는 의자를 찾는 이들도 있어 뒤쪽으로 쇼파를 들여 놓았다.

그동안 회원들의 숫자에 맞게 의자가 있었는데 젊은 회원들이 새로 가입하여 회원들이 증원되어 의자가 부족해서 의자를 어떻게 마련하나 생각했는데 지부의 계획에 따라 탁자와 함께 의자 열 개를 들여와 의자 문제도 해결되었다. 그리고 양쪽 방의 텔레비전이 작거나 낡은 것이어서 그동안 모임에서 수차례 누구의 도움을 받든지 해서라도 바꾸자고 갑론을박(甲論乙駁) 해 왔는데 더 끌면 안 되겠다 싶어 임원회를 거쳐 그동안 모아놓은 자체 운영비로 양쪽 방에 50인치짜리로 바꿔 설치했다. 이렇게 거의 완벽할 정도로 시설을 해 놓았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2년 가까이 모이질 못하고 있으니 즐겁게 모일 날을 고대하고 있다.

통진분회에서는 부회장이 소천하여 공석이 되면서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회장으로 선임돼 그 일도 맡아보고 있다.

나는 부족하지만 노후에 나의 고향 마을을 섬길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 어찌하든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이 모든 것들이 내 일생의 마지막 사명이라고 생각하면서...

성경에서는 “맡은 사람에게 더 없이 요구되는 것은 충성입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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