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세 번째, 탈무드 <뱀의 머리와 꼬리>

박수영

책찌짝찌 독서모임 회원

‘머리가 될 것이냐, 꼬리가 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머리에는 감각기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기관이 있다. 보고 듣고 냄새 맡으며 주변 환경을 탐색하고 안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뱀의 꼬리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늘 끌려다녀야만 하는 것이 불만인 꼬리가 하루는 머리에게 앞으로는 내가 앞장설 테니 따라오라고 말한다. 머리의 설득에도 막무가내인 꼬리는 앞장을 서다 물에 빠지고, 가시덤불에 들어가고, 불길 속으로 갔다가 결국은 머리와 함께 불구덩이 속에서 생을 마감하고 만다.

나의 사춘기 시절이 불현듯 떠올랐다.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니 나도 어른들처럼 내 마음대로 결정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결정내린 것을 부모님께서 ‘안 된다’는 말 한 마디로 반대하실 때에 참 답답하기만 했다. ‘왜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는 걸까? 엄마는 나를 아직 아이로 보는 걸까? 난 이제 다 컸는데 어른들은 말이 통하지 않아.’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 그 때 부모님의 반대의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아이들이 겪을 것이다. 사춘기 시절의 나는 세상에 대한 정보가 어두웠던 꼬리였고 지금은 세상물정을 아는 머리가 되어 있는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꼬리는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물인지 불인지 분간을 못했다. 불구덩이 속에서 죽을 만큼의 경험이 있어야 자신의 부족함을 알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많은 것을 경험해야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 아이가 고통스러운 경험을 스스로 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겁이 난다. 그래서 자꾸만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이가 안전한 부모의 울타리 안에서 커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당연한 본능이겠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것을...

최근 들어 5학년인 큰 아이도 친구들과의 이런저런 일로 힘들어 했었다. 마음 같아서는 온라인학습을 계속하며 친구들과 거리를 두게 해 볼까... 아예 홈스쿨을 하는 건 어떨까... 별별 생각을 다했지만 친구들과 부딪히기도 하고 어울리기도 하며 자신을 깨나가는 것이 정답임을 알기에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아본다. 나 역시 그랬고, 사람은 죽을 때까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가 머리라고 해서 항상 머리로 남는 것은 아니다. 우리 집에서는 머리일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꼬리이기도 하고 그저 주어진 내 위치에서 내 역할을 하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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