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호 김재복선장 ‘가족들 건강하고, 고기 많이 잡았으면’ 바람

대명항을 출발해 조업 현장으로 가는 어선

어족자원 감소, 선원 구인이 가장 큰 어려움

조업 중 인양한 해양 쓰레기 수매사업 재개 필요

새해 3일, 대명항에서 출어(出漁)하는 장원 2호에 승선 동행 취재했다. 오전 3시 해병대가 관리하는 대명항 통문이 열리자 선주와 선원들은 삼삼오오 본인의 어선으로 이동 했다. 결박한 어선 사이 위를 가로 질러 이동하는 선상은 얼음으로 덮여있고, 자칫 미끄러졌다간 바다로 추락하거나 낙상할 위험이 컸다. 온도계에 표시된 기온 영하 7도, 체감온도 영하 10도가 족히 될 듯 했다.

장봉도 앞 해상에서 거물을 올리고 있는 장원호 선원들

김포 대명항에는 전마선을 포함해 140여척의 어선이 등록되어 있다. 장원 2호는 7.93톤 규모 선박으로 대명항에서 출발해 인천 장봉도 인근 해상에서 낭장망(긴 자루모양 그물 날개 쪽과 자루 끝 쪽을 닻으로 고정시키고 조류에 의해 들어간 물고기를 어획)방식으로 조업한다. 장원호 김재복 선장은 “오늘 파도가 치지 않고, 바람이 불지가 않아 덜 춥다. 1년 중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지 않으면 매일 조업에 나선다. 안산에서 배를 타다 대명항에 1981년에 왔으니 김포에서만 40년 넘게 고기를 잡아왔다”고 했다. 이날 같은 시간대에 출발한 어선은 5척. 날씨가 추워 고기가 잘 잡히지 않고, 어판장에 손님이 많이 오지 않아 출어하는 선박이 많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장원호 김재복 선장

장원 2호에 승선한 인원은 선장을 포함해 총 5명, 그중 3명은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다. 장봉도까지 가는 뱃길에 선원 한명은 뱃머리에서 계속 바다를 주시했다. 수면 위를 떠다니는 유빙이나 그물 등이 배와 충돌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하는 조치다. 40노트(시속 20km정도)속력으로 운항하는 선박 뱃머리 추위는 살을 에는 듯 했다. 1시간여를 달려 장봉도 앞 해상에 도착, 미리 쳐놓았던 그물을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물에는 쭈꾸미, 삼식이 등 제철 어종과 잡어들이 섞여 있었다. 약 20여개의 그물을 걷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투망하는 반복적인 어로 작업이 3시간여 진행되었다. 김재복 선장은 “예전 그물 7개만 걷어도 만선이 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고기도 없고, 선원 구하기도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외국 선원들과 근로 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월 200만원에 계약했지만, 현재는 숙식을 제공하고 월 400만원을 주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도 코로나로 인해 유입되지 않아 인력 구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입·출국이 원활하지 못해 부득이 불법 체류상태인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 이들을 단속해 모두 강제 출국을 시키면 현장에서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 우려했다. “한국 사람은 힘든 일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실업급여제도가 생긴 이후 한국 사람들은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국가가 실업을 당한 자에게 사회보장 제도로 급여를 주고 있지만, 이로 인해 노동 시장은 상당히 왜곡되어 있다”면서 시급한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

어로 작업을 마치고 귀항하는 장원호, 학운산단 뒤편에 해가 떠오르고 있다

김재복 선장은 “작년까지 그물에 걸린 폐비닐 등을 포대에 담아 귀항하면 정부예산으로 실비 정산해주는 사업이 있었는데 금년부터 폐지되었다. 건져 올린 폐기물을 대명항으로 다시 가져가도 마땅히 적재할 공간이 없어 다시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3명의 수산계 공무원이 바다뿐만 아니라 내수면까지 관리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인원이 보충되어 수산업 발전을 위한 김포시의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3시간여 어로 작업을 마치고, 대명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행여 신년부터 기자가 동행해 원하는 어획량을 잡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매일 조업을 나간다. 오늘 잡지 못하면 내일 잡으면 된다”고 웃어 주었다.

새해 바라는 소망을 묻는 질문에 김재복 선장은 “가족들이 건강하고, 고기 많이 잡고, 코로나가 빨리 없어져 일상이 회복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명항으로 돌아오는 바닷길, 학운산업단지 뒷편으로 붉은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