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문화재단, ‘사할린 한인 김포영주귀국 10주년’ 기념전시 열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개념인 ‘평화’. 이는 단순한 남북 관계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북이 김포를 통해 오고갈 수 있게 되면, 우리는 또 새로운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입체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봅니다.”

김포문화재단 전시기획팀의 박정현 팀장이 밝힌 전시 ‘또 다른 섬 사할린, 풍경과 얼굴’의 기획 의도다.

해당 전시는 사할린 한인 김포 영주귀국 1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사할린의 대표적인 한인 화가인 주명수, 조성용 작가의 한인 이주 관련 주제 의식이 담긴 작품 50여점을 전시함으로써, 관람객에게 소수자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질문하고자 했다.

주명수 작가(왼쪽에서 7번째), 조성용 작가(8번째), 최해왕 김포문화재단 대표이사(9번째)와 사할린동포회 회원들

사할린, 풍경과 얼굴을 말하다

전시회는 조성용 작가의 ‘풍경’과 주명수 작가의 ‘얼굴’이란 챕터로 진행된다.

조성용 작가는 사할린의 주도 유즈노사할린스크의 도시 풍경, 쿠릴 열도에서 캄차카반도를 따라 오호츠크해를 바라보는 사할린 해안의 자연 풍경을 그려냈다.

또한 주명수 작가는 사할린 한인들의 마음을 짐작하고 미루어 생각해 표현해냈다. 삶의 공간과 다양한 사건을 그려내며 사할린 한인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헤아려볼 수 있게 했다.

전시의 관람 포인트는 ‘이산’이다. 일제 치하의 사할린으로 끌려가 탄광, 공장 등에서 노동을 착취당했으며, 해방의 기쁨에도 불구하고 무국적자로 남아 고향에도 오지 못한 채 살아가야 했던 이들. 문화재단은 전시회의 설명글을 통해 이러한 역사를 설명하고, 어렵게 귀향의 문이 열려 한인들이 한국에 자리잡을 수 있었지만, 그 역시도 사할린에 남겨진 가족과의 ‘이산’이라며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전시장에는 이러한 배경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들도 다수 전시돼 있다.

사할린으로 징용을 당해 강제노동을 했던 류시욱(1920-1962) 씨가 써내려간 수기 산중반월기(번역본: 오호츠크 해의 바람)의 부분을 발췌해 전시했으며, 모 방송사에서 기획 보도된 사할린 한인들의 인터뷰도 영상으로 전시해 이해를 도왔다.

 

사할린동포회 회장, “정말 감사한 일”

현재 김포에는 315명 가량의 사할린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김포시사할린동포회와 작가 2명은 전시회 개막식을 앞두고 진행된 문화재단 전시기획팀과의 간담회에서 감사를 표했다.

최정순 김포시사할린동포회 회장은 “김포문화재단 측에서 신경을 정말 많이 써주셨다. 저는 러시아 미술관에서도 주명수 작가의 작품을 관람한 적 있었지만, 다른 한인들은 거의 다 그분들 작품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랐고, 한인 중에서 이렇게 그림도 잘 그리시는 분도 계셨구나 하면서 다들 감탄했다. 김포문화재단이 초대해주셔서 즐거운 추억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사할린과 활발한 문화 교류를 진행했으면 한다. 김포에서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은 이곳에 애정을 갖고 오랜 기간 봉사활동도 해오고 있다. 연세가 있는 분들도 지속하고 계시다”며 “필요한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마땅히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이 없어서 꼭 마련됐으면 좋겠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은 20명 정도 들어가면 가득 차는 크기다.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화 다양성 통해 평화문화도시 가능성 확대”

주명수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참가하게 돼 기쁘다며 “꿈이 실현됐다”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전시가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크게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다. 전시 장소가 매우 훌륭해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다”며 “이번 전시회에서 볼 수 있는 ‘얼굴’ 그림을 그리며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 누구보다 고생한 사할린 1세를 생각하니 작업 내내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소회를 전했다.

최해왕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교류와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시민들의 문화 포용성을 확장하고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힘으로써 평화문화도시의 가능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주명수 작가는 1948년 러시아 사할린 주 코스사코프시에서 출생, 사할린에서 미술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자 사할린 창작그룹 일원이다. 스케치와 수채화로 변방의 소외된 민족의 얼굴을 그리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 방문 경험을 토대로 한인들의 생활상과 귀한의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 ‘섬을 떠나며’ 연작을 통해 사할린 한인들의 얼굴을 그리고 기억하고 있다.

조성용 작가는 초상화와 정물화를 비롯해 사할린 섬 구석구석을 답사하고 그리는 풍경화에 몰두하고 있다. 풍부한 색채로 공간이 가지고 있는 느낌과 분위기를 세밀하고 대담하게 표현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사할린의 사계와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을 선보였다.

해당 전시는 5월 26일까지 김포아트빌리지 아트센터 2층 전시관에서 관람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이고 관람 가능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전시 기간 중 매일 전시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체는 별도로 예약 후 안내 가능하고, 관련 문의는 김포문화재단 홈페이지 또는 전시기획팀(031-996-7532)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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