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금
더불어민주당
김포을지역위원회
사무국장
세이프 타임즈 시민기자
출판 편집자

정(正)-반(反)-합(合)

1982년 여름, 고3 수험생에겐 무던히도 덥고 힘든 나날들이었다. 그렇게 지쳐갈 즈음, 당시 대학을 다니던 형 책꽂이에서 한 책을 발견했다. 제목은 기억이 앗아갔다. 대학 가서 알게 됐지만 그 책은 당시 운동권 학생들의 기본필독서였다. 자그마한 책자였는데 거기서 변증법적 유물론을 읽게 되었다. 마르크스를 공산주의자가 아닌 철학자로서 보게 되는 첫 만남이었다. 나를 철학과로 이끈 결정적 한 방이었다.

정, 반, 합은 변증법이다. 변증법은 고대에도 있었다. 하지만 철학으로서 개념을 세운 건 헤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향을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받는다. 하지만 그 생각의 기초는 다르다. 헤겔은 정신세계를, 마르크스는 물질세계를 근간으로 한다. 정신세계든 물질세계든 변증법은 하나의 주장인 정(正)에 다른 주장인 반(反)이 나오고, 이 둘의 대립으로 인해 발전적 주장인 합(合)으로 통합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세상 모든 것은 지속적인 반복과 끊임없는 모순의 생성과 지양을 통해 변화 발전한다는 논리다. 이 법칙을 큰 틀의 역사로 얘기하자면 원시시대에는 모계사회(正)였다가 구석기시대이래로 지금까지 부계사회(反)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역사는 어떻게 흐를 것인가? 다시 모계사회로의 회귀가 아니라 양성평등의 사회(合)로 나아가는 것이다.

모든 사회는 대립구조(正-反)다. 여야의 대립, 세대 간 대립, 갑과 을의 대립, 남과 여의 대립 등등. 어느 것 하나 대립이 아닌 것이 없다. 각자의 주의주장을 하면서 끊임없이 상대에게 나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든다. 협상(合)이 없다. 아니 협상하는 법을 모른다. 그러기에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이다.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으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게 협상(正)이다. 거기에 다시 대립(反)이 생기면 또다시 발전적 협상(合)을 통해 한 발 더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끊임없이 정, 반, 합이라는 과정을 거쳐 개인이나 집단, 나아가 세계는 한 단계 발전한다. 이렇듯 세상의 발전 원리가 정, 반, 합이라는 것만 인정한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평화롭고 이타적이지 않을까 한다.

<구성 : (사)한국문인협회 김포지부 고문 이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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