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1

                     정광호

나의 무딘 입술이
오늘도
당신 가슴에 비수匕首가 되었습니다.
어눌한 말솜씨를
대신하려던 내 미소조차
헤집으며 도려내는 칼날이 되었습니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참을 인忍 세 번이면,

한마디 말의
아쉬움으로
떠나보낼 걸 그랬습니다.

차라리
내 잔잔한 미소만
남겨둘 걸 그랬습니다.

시 감상
말은 말이다. 이미 달리기 시작한 경주마이며.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무심결
에 던진 말 한마디가 어떤 인생을 좌우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는 사이
멘토가 되어 있거나 나쁜 사람이 되어 있거나. 말은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지식
을 뽐내는 것이 아니다. 곡진한 마음을 담거나 배려를 담아 진솔하게 건네는 말
의 온도는 따듯하다. 나는 부처님 눈인가? 아닌가? 말뼈는 날카롭게 세우는 것이
아닌, 삶의 중심을 바로 잡는 척추의 기능을 할 때 세상은 순화의 순환을 한다. 미
소는 말보다 더 큰 울림이다. 살면서 절대 비수匕首를 꺼내지 말자.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프로필] 정광호 : 북원문학상 수상, 원주 문협 회장, 육민관 고교 교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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